생이 주는 무례한 폭력을 당할 때면,
나는 오랫동안 산책 중에 보았던 공작과 흰 장미를 떠올렸다.
공작에겐 마치 속눈썹 같은 머리숱이있었으며,
흰 장미엔 연분홍 속살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생이 공작의 머리숱처럼 살풋자욱도 없이 나에게 얹혀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생은 흰 장미가 연분홍일 수있게 하는 아주 찰나의 빨강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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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건대 생은 늘 나의 전부의 자격으로기척을 내지 말 것.
조금만 더 나에게 부끄러워 수줍어줄 것.
무엇보다 한 번만 가녀려 줄 것, 부디 한 번만이라도 가녀려 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