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저녁을 차리면서 깨달았다.
무례함의 문제는 어쩌면 밥에 관한 논의일 수 있겠다는 것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밥을 둘러싼 주격 무엇과 여격 무엇에게에 관한 이야기.
내가 생에게 밥을 먹여주는가, 생이 나에게 밥을 먹이는가.
밥을 공유항으로 둔 쉬이 알 수 없는둘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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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백한다.
삶은 이따금 참으로 무례하고 뻔뻔하며, 극악무도하기까지 하다고.
밥을 얻어먹는 데에 댓가는커녕 늘나를 위태롭게 하며 불충만하게 한다고.
생각해보면 삶이 자신에게 잘 해준것은 눈곱만큼이고, 못해준 것은 산더미 같다고.
나는 삶에게 늘 외람되어야 했는데, 그것마저 삶은 외면했었다고.
삶은 반론한다.
밥을 먹는 너는 언제까지나 이기적일뿐이라고.
어디까지나 무례는 너로부터 왔으며, 자신 역시 너로 인해 충분히 불행하다고.
어쩌면 그렇게 끝내 이기적일 수 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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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저녁밥을 나누어 먹으며 서로에게 아무 말을 않았다.
더욱 화를 갈기려고 했으나, 이상한 시점에 화가 누그러지고 못내 서로가 애틋해졌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들에겐 다툼도 화해도 필요하지않았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