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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r 30. 2017

그 이름 세월


오랜 시간 어른들을 믿지 못했다

그들은 늘 거짓이었고 위선으로 가득했다


시간도 나이가 들어 세월이 되어

그들에겐 하나하나 주름이 되었을 텐데

그들은 세월을 기만하고 나빠져 갔다


꽃비에 우수수 져버리던 처절한 죽음들도

그들에겐 멍들지 않았다


핏빛이 되지도 못하는 죽음 이후로

나는 어른이 되는 일이 두려워졌다

가라앉은 진실의 이름이 세월이란 사실이

가슴 한 복판을 틀어막고 끝나지 않을 죄스러움을 걸어 잠갔다


덜컥 그들이 죽어간 수심만큼 마음이 아득해져

허공에 먼 바다만 그려보곤 했다


샅샅이 흩어져버린 죽음을 길어 올리지 않고

세월이 흐른 어른이 된다면 나는 저 아득한 꽃비에도

고개를 들지 못할 것만 같다


부디, 그대 쉬는 봄날의숨을 진실에게 주어라

마음의 빗장을 풀고 바른 세월이 가게 두어라

많이 아팠을 시간들을 오랜 세월으로 품어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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