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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r 30. 2017

적요의 맛

누떼의 구름은 오래 전 저녁의 서 西를 향했다

회빛의 구름은 석양에 저물어 곧 최후를 맞겠다


누떼를 바라보며 석양에 잠긴다

이제 눈을 감고 존재의 연을 서행한다


어느덧 투명치 못한 나

저 누떼를 따르면 탁류는 멎을 것인가

아득한 지난날의 소요는 서를 넘으련다

―그만 각자의 처소를 갖기 위하여


바야흐로 석양은 탁한 슬픔이 소요하는 뜰이다


누떼는 뜰 안에 아무런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오롯 침묵으로 석양에 타들어간다

무정의 고개를 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누떼는 죽음 앞에서 끝내 투명하다


최후의 누떼 앞에서 한낱 소요는 적요가 된다

이것이 나의 처소였던가!


저녁이 당도해 목울대 안으로 적요가 넘어간다

투명하지 못한 것과 투명해진 것 사이에서

한참 동안이나 적요, 적요의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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