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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Mar 30. 2017

입춘 두 번째 _ 폴란드 그릇과 버건디색 목도리

1.

청록빛 밤이다


방식이라는 게 있다 

그냥 있다 그런 게

행여 주름에게도 짙어지는 방식이 있다

밤이 깊어 가듯이


엄마를 위해 폴란드 그릇을 사왔다

엄마는 육개월 동안 폴란드 그릇을 쓰지 않았다

과일을 깎아 먹을 때에도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 예뻐서, 깰까 봐 


엄마의 대답이었다 


아빠는 버건디색 목도리를 선물 받았다 

아빠가 목도리를 두르는 일은 생각해보니 처음이었다

동생은 아빠에게 버건디색이 잘 어울릴 거라 했다

버건디, 역시 그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빠가 목도리를 두르는 방식은 쉽게 눈에 띠었다


아빠는 모든 옷에 목도리를 했다

누구라도 그가 제일 먼저 목도리를 둘쳐 

꽉 조여 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청록빛 입춘의 밤이다

금방이라도 눈망울 같은 밤이다


주름이 깊어진 그들의 청춘은 

폴란드 그릇에 담겨 버건디색 목도리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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