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그림자처럼

이장욱

by KAKTUS


이게 누구의 팔인가.

잘 자란다.


조금씩 움직이는 손끝을 만들고

외로운 흔들림을 만들고

무섭게 무성해지는 것


행인 1을 안 보이는 손아귀로 휘감고

행인 2의 혼잣말과 비슷해졌다가

막 도착한 행인 3의 무심한 얼굴빛이 되는 것

어둠을 켰다가 깜빡

끄는 것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도

벌레처럼 상상력이 깊다.

무한한 친구와 무한한 적이 동일하다.

평면과 깊이가 일치한다.

그것이 우리의 정의


저녁이 올 때마다 그대는

우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연락을 받을 것이다.

사투 중이라고 들을 것이다.

무심할 것이다.


여기는 조금씩 지상과 일치하고

길과 길 아닌 것을 구분하지 않고

누워 있기 좋은 곳

그대는 우리를 밟고 지나가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무한한 친구가 되어간다.

우리의 무한한 적에 도달한다.

이 모든 것은 그늘이

무섭게 깊어가는 이야기

이윽고 완전한

밤의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단독성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