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눈이 초랑한 달도 따숩더이다
자장자장 성긴 빛으로 별일 없던 내게 뜰을 내놓곤
안부에 밴 온기로 나를 달래더이다
바람 따라 소풍을 보낸 날들이었소
그 어린 것들을 보내고 나면 나는 이틀 밤은 무너져 울었소
나의 방황을 얼마간 그 못난 기억들에게 의지했기에
나는 한 줌 눈물을 먹고 자랐소
기억도 나이를 먹어 떠나갈 채비를 하는 걸
달이 내게 봄을 내올 때 알았네
내겐 평생을 숨어 울 변명의 숲자락이었는디 우수수 져버렸네
나를 품어준 못난 날들을 배웅하러 뜰 앞으로 갔소
봄과 달이 따뜻했던 이유는 베갯잎에 잠든 슬픔이
떠나가는 인기척을 모르게 하고 싶어서였겠지요
오랜 배웅이었소 배웅이 길어 미안하오
이제 바람 따라 소풍을 가선 부디 우지마오
다시 오는 봄이 비워졌어도 내가 울지 않을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