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이야기
폴란드에서는 폴란드만 생각하라.
이것이 폴란드 음식 여행의 핵심이다. 폴란드는 다른 여행지와 달리 이국 음식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 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이국 음식점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있더라도 별로 추천할 만한 데는 못 된다. 그렇다고 폴란드의 음식이 우리 입맛에 찰떡같이 맞느냐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이다. 다만, 이미 퀄리티 높은 글로벌 음식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들의 손맛이 성에 안 찰 수 있다는 말이다.
폴란드의 대표 음식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만두나 이탈리아의 뇨끼와 비슷한 폴란드식 만두인 피에로기 Pierogi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굉장히 다양한데, 다진 고기에서 시작해서 치즈와 크랜베리가 들어가는 것까지 넣을 수 있는 건 다 넣어보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미끄덩거리며 죽처럼 혀에 감기는 식감을 싫어하는지라 폴란드의 피에로기를 한 그릇 다 비우기에는 약간 버겁다. 하지만 폴란드는 치즈가 맛있어서 치즈를 넣은 피에로기의 첫 맛은 꽤 인상이 깊었다.
다음으로 비고스 Bigos와 자삐에깡까 Zapiekanka를 꼽을 수 있다. 비고스는 고기 따위를 넣고 졸인 스튜이고 자삐에깡까는 폴란드식 피자인데, 둘 다 거부감없이 먹을 수 있다. 여기에 실패 확률이 적은 메뉴를 하나 추가하자면 스프를 들겠다. 외국의 스프는 대부분 미지근하거나 걸쭉하거나 건더기만 걸러 먹거나 하는 종류이다. 그래서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가장 아쉬운 부분인데, 폴란드는 우리와 국 정서가 비슷하다. 뜨끈하고 맑다. 같은 스프라도 요리사의 손맛에 따라 조금씩 힘을 주는 부분이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집국처럼 맛이 좋다.
만약 폴란드 정통 음식에 잠시 쉼표를 찍고 싶다면 그땐 버거도 좋다. 폴란드에서 먹은 버거는 굳이 버거 전문점이 아니었어도 모두 맛있었다. 육즙이 터지면서 고슬고슬한 식감을 유지하는 소고기 패티는 먹는 내내 식욕을 당겼고, 특유의 마요 소스는 계속 미뢰를 자극했다.
그런데 폴란드에서 피해야 하는 음식이 하나 있다. 도무지 맛이 없을 수 없는데 맛 없는 글로벌 음식, 스테이크이다. 폴란드에서 먹은 여섯 번의 스테이크 중에서 맛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부드러운 식감과 데미글라스 소스를 좋아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불맛과 소고기 고유의 식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폴란드의 스테이크는 구웠다기 보다 익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두 번의 폴란드 방문을 통해 희미하게 그려지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맛집일수록 실망이 컸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나다 들르는 작은 식당들에서 훨씬 큰 만족도를 얻었던 것은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폴란드에서는 트립어드바이저를 잠시 내려놓고, 한번 운에 맡겨보는 긴장감을 누려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