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간
올해 일사분기는 에이전시로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특히 많은 생각을 한 시기였다. 이 일을 시작한 건 단순히 이 일을 할 수 있기에 한 게 아니었다. 나름의 사명의식이 있었다. 단순 계약 중개를 벗어나 양 출판사에 파트너로서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해왔고 또 마음 먹은 대로 실천하기 위해 안팎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그간의 시간들을 버티는 것은 마치 개미가 벌집을 옮기는 것과 같은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요즘 노르웨이 그림작가와 그녀의 더미북 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관계가 깊은 몇몇 편집자들에게 순차적으로 보이며 피드백을 받고 있다. 아직 수정될 부분이 있는 미완성의 원석을 보는 건, 편집자로서는 부담이 되는 한편 짜릿한 일이기도 하다. 외국 작가와의 편집 과정은 국내 작가와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일 많은 우리 편집자들에게 아직은 부담의 비율이 크지만 그래도 난 그들의 열정과 열망을 안다.
에이전트로서도 이러한 작업은 훨씬 큰 성취감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위험부담도 크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나와 작가, 편집자 들 모두 고생하겠지만 그것이 가져올 전율은 감히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세대교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