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책 에이전트 May 15. 2018

이해 관계

노동의 시간

지난 4년간 해외 판권을 구입하러 도서전엘 다녔다. 해외의 책들을 검토하고 소개 받을 때마다 우리 걸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늘 마음이 간지러웠다. 하지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고 당연하게 선뜻 함께 해보자며 믿어주는 출판사도 없었다. 수입을 시작한 건 해외의 저작권을 소개하며 관계를 트고 신뢰를 쌓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4년을 보냈다. 시간이 갔고 경력이 쌓였다.

출판진흥원의 지원을 받은 건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수출에는 아무 실적이 없던 우리 회사를 지원하는 데 손을 보탠 건 다름아닌 국내 출판사들이었다. 우리를 신뢰해보겠다 했다. 그렇게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책들을 해외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유럽 그림책 전문이었던 대로 수출 시장도 유럽으로 잡았다.

노하우도 있었고 열정과 의욕도 충분했기에 뭐든 다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걸 가지고 들어가는 데에 대한 반응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차가웠다. 굳이 한국의 책까지 들여다볼 여력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자신감과 사기를 짓눌렀다. 무모하게 벽을 두드리는 시도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시도였고, 실패했다. 이 진입 장벽은 결코 의욕으로 뚫릴 게 아니었다. ‘문’을 찾아야 했다.

문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또 찾은 문을 어떻게 열 것인가. 엄청난 고민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판단으로는 한국과 한국 출판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적인 것은 먼저 서로 마음을 연 다음에 나누어도 될 것 같다. 그렇게 일 년여. 우리의 부드러운 시도는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해나갔고 결국 문을 찾기 시작했다.

도서전에 갈 때는 첫 거래라면 인상을 남기기 위해, 기존 거래처라면 업무적 관계를 조금 말랑말랑하게 만들기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한다. 이전에는 한국의 미를 알린다며 자개로 만든 필통을 준비하거나 친환경 노트와 필기구를 선물했었는데 감동은 짧고 생각보다 흔하며 비용은 고비용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좀 실리적인 생각을 해보자 했다. 다 터놓고 같은 업종의 종사자로서 출장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마스크 팩을 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제대로다.

포장까지 마치고 나니 산뜻하고 상큼한 게 보기만 해도 비타민을 먹은 느낌이다. 이번 볼로냐 전에는 런던과 로마엘 들를 예정이다. 런던이 많이 춥다고 한다. 따뜻한 핫팩 하나 넣고 어서 짐 챙겨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