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좀 좋다 하는 레스토랑은 여행자로서 성큼성큼 걸어들어갈 만한 범위가 아니다. 특히 요즘 뜬다 하는 곳이라면 장소만 핫한 게 아니라 가격대도 핫하다. 그렇다고 저렴한 식당으로만 다니자니 불안하다. 손맛 없기로 유명한 런던이라면 특히. 하지만 런던이 내세울 만한 자국 음식이 없어서 그렇지 그렇게 맛없는 음식을 내놓는 나라는 아니다. 아마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 비교되다 보니 생긴 가엾은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안심해도 된다. 런던의 손맛도 평타는 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좀 이야기해보려 한다. 10파운드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 이야기.
열두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시차와 허기에 허덕일 때 제일 먼저 찾는 식당이 있다. 빨리 하지만 맛있게 먹고 침대로 들어갈 수 있는 곳, 난도스 Nando’s 가 첫 번째 소개할 식당이다. 아쉽게도 영국 음식은 아니다. 포르투갈식 닭요리를 선보이는 프랜차이즈인데, 포르투갈에는 없으니 영국 음식이라 해도 되겠다. 닭 한 마리와 네 개의 사이드 디쉬, 음료가 나오는 밀 플래터 Meal Platter가 약 20파운드인데 둘이 먹을 양이다. 닭 한 조각과 사이드 디쉬를 먹는 데에는 약 10파운드 정도가 든다.
혼밥족이 많이 와 복작거려도 어색할 이유가 없다. 먼저 자리를 안내 받은 후, 포스로 가서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음식이 나오면 가져다 주기 때문에 주문할 때 테이블 번호를 말해주어야 한다. 이 부분을 잊어버리면 곤란하다. 레스토랑은 넓고 주문 줄은 길기 때문이다. 난도스의 닭은 페리페리 Peri-Peri 소스를 묻혀 가스불에 굽는데 맵기 선택이 가능하다. 산미가 느껴지면서도 고소한, 나중에 다시 생각나는 맛이다.
런던에 머무르는 날이 월요일이라면 점심으로 마이 올드 더치 My Old Dutch 를 추천한다. 팬케이크 레스토랑인데 매주 월요일, 5파운드에 메뉴를 제공하는 월요일의 광기 Monday Madness를 진행한다. 이날은 극히 일부의 메뉴와 음료를 제외하고 모든 메뉴를 5파운드에 먹을 수 있다.
팬케이크라고 하면 보통 메이플 시럽을 곁들인 간단한 요깃거리를 떠올리는데 이곳의 팬케이크는 식사가 된다. 얇지만 미국 피자 한 판만한 크기에 재료가 아낌없이 들어간다. 단 맛 Sweet Pancake과 짠 맛 Savory Pancake이 있어 단 맛 식사가 어색한 사람이라도 선택권이 많다. 정상가는 10파운드 안팎이다.
탄수화물 중독인 한국인이라면 여행 중 밥 생각이 꼭 한번은 난다. 그럴 때 들르는 곳이 태국 음식점 부사바 Busaba Eathai 다. 한국보다 유럽인의 입맛에 맞춰 맛을 부드럽게 변화시켰지만 여전히 맛있다. 이곳은 착석 방식이 조금 남다른데 커다란 테이블을 다른 일행들과 공유한다. 그렇다고 택시 안에서 기사님과 단 둘이 있을 때 어색한 것처럼 여기에서도 앞 사람 옆 사람과 얘기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드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냥 같이 앉을 뿐 다른 일행에겐 서로 관심이 없다. 그래도 혼밥족이라 어색하다면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바 bar 자리도 있으니 요구할 수 있다.
마지막은 식당은 아니지만, 대영박물관에서 지친 다리를 풀고갈 수 있는 근처의 티 카페를 소개한다. 티 앤 타틀 Tea and Tattle 은 100년 전 책과 예술품 수집가였던 Arthur가 책방을 시작한 곳으로, 1층에서는 아직도 오리엔탈 아프리칸 서적을 팔고 있다. 티 카페는 그보다 짧은 역사로 2006년에 문을 열었다. 카페는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아주 간소하고 별다른 데코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짧게 휴식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오히려 한껏 검소해진 마음이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데 좋은 책을 읽고 났을 때의 기분과 비슷하다.
런던은 유럽이지만 유럽과는 다른 느낌을 갖는다. 그리고 막상 관광지라고 표시해둔 곳이 의외로 구미를 당기지 않을 수 있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정말 관심 있는 곳이 아니라면 좀더 적은 관광지를 목록에 넣고 천천히 걸어보는 여행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