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시간
서울국제도서전이 끝났다. 늦어도 어제 오늘 안에 해외 출판사들이 자국으로 떠났고 떠난다. 안으로는 도서정가제의 시행 이후 출판사들의 참여 열기가 식었고, 밖으로는 재방문이 없는 빈곤한 서울도서전은 아픈 손가락이다.
매해 도서전이 열리기 전, 해외 거래처들이 도서전으로부터 초대장을 받고 메일을 보내온다. 괜찮은지. 참가할 만한지. 일을 하는 데 있어 솔직한 게 단점으로 드러날 때가 종종 있지만 성격이 쉬이 안 변한다. 그렇다고 개인적 판단을 더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팩트'만. 서울도서전에 대해서도 팩트만 말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팩트를 믿지 않는다. 한국은 면적에 비해 저작권을 왕성하게 수입하는 VIP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서울에 오고, 그다음 다시 오지 않는다. 대단한 규모를 바라던 것도 아니었겠지만, 한 폭이 넘지 않는 스탠드를 전시장 맨 끝에 모아둔 모양새는 어쩐지 외로운 초대 손님처럼 보인다. 여실히 그들만의 잔치인 것이다.
서울도서전은 나름의 노력을 해가고 있다.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보다 당해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는 단기적 계획을 세우다 보니 저작권 거래에 있어서는 답답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하나의 출판계 이벤트로 따져봤을 때는 모자람이 없다. 그저 그 이상을 바랐을 때 아쉬운 면이 있다는 소견이다. 그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행사가 다 끝나고 거래처들과 식사를 한다. 못 다한 수다를 풀어 놓게 하는 것이 에이전트로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관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뒷자리에서 맺어진다. 인간 대 인간으로 대면할 수 있는 그 틈새를 서로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