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시장에서 중요한 유럽 나라들이다. 이중 프랑스는 저작권 수출입 양면에서 개방성을 가진 나라이고, 남은 세 나라는 자국의 출판물 수출에 아직은 좀더 신경을 쓰고 있는 위치다.
10월 초, 리베르(LIBER) 2019가 마드리드에서 열렸다. 리베르는 스페인국제도서전인데, 재미있는 것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번갈아가며 한 번씩 개최된다는 사실이다. 스페인은 그림책 저작권 수입에 있어 중요한 나라다. 독특한 세계관과 매력있는 스타일을 가진 그림책 작가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스페인도서전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바로 앞선 이유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전이 활성화되지 않은 원인을 파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베르 참가사는 약 사백 개사인데, 볼로냐국제어린이도서전이 천사백이 넘는 참가사를 가진 것에 빗대어보면 그 규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일정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도서전이 일반인 방문을 위해 주말을 끼고 열리는 데 반해, 리베르는 수목금 주중에만 열리는 것이 특이한 점이었다.
예상은 실현되었다.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이 맞나 싶을 만큼 방문객이 없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그리 신경쓰일 부분은 아니다. 에이전시로서 맥을 못추었기 때문에 시선이 거기까지 뻗어나갔을 뿐이다.
그러니까 리베르는 스페인 출판물을 자국 내 유통 판매책에 홍보하고 남미 국가로의 수출을 위한 장에 가까웠다. 그 와중에 스페인 출판사에게 우리 카탈로그를 구겨넣으며 시선을 끌어보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그나마 관계하던 출판사들을 만나 '어, 너네 여기까지 왔어?'라는 눈빛의 환대를 받으며 스페인 출판 시장에 대해 좀더 사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면 들은 것이 소득이었다.
스페인 그림책 시장은 구조면에서 한국의 것과 매우 비슷하다. 소비하는 사람은 적은데 그 수준이 월등하다는 말이다. 아이러니한 구조다.
출판 시장은 모든 분야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책을 만들던 때에도 그랬지만, 저작권 거래에 있어서도 상당한 두께의 계획과 시간과 체력이 필요하다. 돈도 필요하다. 그야말로 아낌없이 준다는 표현을 실연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