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훈련

2. 핑계(1)

by 선주

2.핑계(1)


"수면제 주세요."

"처방전 없으면 안 돼요."

딱, 30년 전 더 살아봐도 살아왔던 날들과 별반 차이가 없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억을 파고 파서 가장 낮게 자리 잡은 나의 기억은

발목이 겨우 잠기는 그러나 폭은 꽤 넓은 시냇가를 이모의 손에 잡혀 건너는 모습이다.

두 코의 콧물은 쌍으로 흘러 입술을 덮었고 타고 내린 눈물은 목을 젖시고, 눈을 가득 채운 눈물로 발을 담근 시냇물은 흐리고 넓었다.

시내 중간에서 손목을 뿌려 치기에는 무서웠을 것이다.

엄마로부터의 분리에 대한 최고의 저항!

입을 벌릴 수 있는 최대한으로 벌려"엄마, 엄마"목청껏 울어째겼던것 같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얘기로는 농사철이어서 잠시 이모를 딸려 보내려고 했는데 하도 울어대서 못 보냈다고 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유년은 시냇가의 그날과 같이 유일한 삶의 지지대인 어머니에게 붙어있기 위해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늘 전투 모드였다.


아버지는 막내인 내가 태어났을 때 친구분들과 축하주를 나누고 귀가하시다 변을 당했다.

술 좋아하시는 고함쟁이 시아버지, 갓난이를 포함한 다섯 아이가 꼬물꼬물대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느꼈을 어머니의 심정이야 '절망'자체였을 것이다.

애처롭고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 같은 청상의 어머니가 살아낼 힘을 내시도록 밥을 짓고 청소를 했다.

때때로 리어카를 끌고 사람과 차들이 북적대는 신작로를 따라 방앗간에 가야 할 때는 집을 나서면서부터 귀와 얼굴이 핏물처럼 붉게 물들었지만 묵묵히 감당했다.

학교에서는 칭찬을 받고 마을 어르신들도 참석하던 30-40년 전의 운동회에서는 달리기를 잘해야 했으며 유행가 한 소절은 춤과 노래를 마스터하여 분위기도 띄워야 했고... 어머니의 면이 딸로 인해 살기를 바랐다.

다행스러운 것은 버스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동네라 재능이 없어도 노력하면 주목받을 만큼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 보니 나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었다.

나를 평가하는 상사와 동료.

'나의 월급은 고객에게서 나온다'니 모든 고객이 내 목숨줄을 쥔샘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게 되면 모든 상황은 끝날 것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숨을 헐떡이며 도달한 결승점!

그런데, 전혀 새로운 차원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경기를 시작할 에너지가 없었던 것 같다.




(*~2/17일전까지 다음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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