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이 땅은 순종의 훈련장(2)

by 선주

출근길에 집을 계약하신 아랫층 할머니를 만났다.

" 사정이 급해서 동생한테 빌리기는 했는데, 요즘 사업이 잘 안돼서 빨리 돌려줘야 할 돈이예요.

우리집 입주 날자에 맞춰서 좀 빼주세요."

"예. 어르신! 그렇지요. 요즘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속 편한 사람이 없어요.

노력할께요. 너무 염려마세요.병나세요."

"부동산을 하는줄을 몰랐어. 알았으면 그쪽으로 갔을텐데..."

"저도 뵌분 같은데 얼른 알아뵙지 못했어요.ㅎㅎㅎ. 이제라도 인연이 되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덧붙였다.


그리고, 몇 일뒤


"가구를 집에 맞춰서 넣고 싶어. 방 치수 재게 계약한 집에 한번 더 가서 보게 해줘요."

잔금이 끝나기 전이라 매수자측 부동산을 통해 요청사항이 전달되어야 하나 출근길에 나눴던 긴대화로 어르신은 격이 없어져서 인지 우리 부동산을 직접 찾아오셨다.


그리고, 이후로도 오가는 길에 자주 들리셨는데

"우리집 보러 오는 사람 없어요?"

"보증금을 잔금날이 많이 지나도 못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에서 받은 떡인데 좀 먹어보라고..."

"나도 밥을 못 먹었는데 같이 밥이나 먹읍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주일에 한두번은 사무실을 찾으시는 통에 어르신과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밥을 같이 먹자고 하셨으나 한차례 핑게한 적이 있었는데

또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신다.

핑게거리도 없고 어르신께 밥을 얻어먹었다가는 체할것 같았지만 또 거절을 할 수 없어

사무실 옆에 있는 중국집에서 우동을 먹었다.

"어르신, 집을 빨리 빼드려야 하는데 요즘 부동산이 많이 어려워요.

대출이 안되는집, 입주할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아요.

동생분께 미리 말씀하셔서 준비를 하게 하셔야 할것 같아요.

제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도 사업을 하는 사람인데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고 집을 줄여서 우리집으로 들어온다고 하네요.

저도 이사를 해야 하는데 임대가가 많이 올라 걱정이예요.

큰아이는 고3이고....

저녁에 100일 기도를 한다고 하는데 그시간에 그냥 알바를 할까봐요."

"내가 자꾸 실장님을 챙겨주고 싶다는 맘이 들어서 왔더니 이것 때문인가 보다.

아르바이트 할 생각하지 말고 기도해요.

아이는 하나님이 책임지십니다."


그러시며 어르신의 삶을 들려주셨다.

"남편이 41세에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61세에 돌아갔어요.

별다른 기술이 없는 내가 애 셋을 어떻게 키워요.

남편도 누웠고.

직장 다녀오면 애들 밥 챙기고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잠시 조는듯 자다가 새벽예배

드리고 다시 집에 와서 애들 밥 챙기고 또 직장에 가고 했지요.

둘은 유학도 다녀왔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큰애는 부부가 의료선교를 하다 지금은 미국에 있어요.

이제는 무슨일이 있어도 무서울것이 없어요.

하나님이 계시잖아요."


어르신은 인생을 오직 기도로 살아내신 기도를 정말 많이 하시는 권사님이셨다.

'저도 제법 성경을 알고 봉사도 하고 100일 기도도 하는데 지금 죽을 지경입니다.

기도만 한다고 될일이 아닌것 같아요.'

맘에서 펄떡대는 반발의 소리는 있었지만 입으로 뱉지를 못했다.

연세가 드시면 사고가 굳어지는 법이다.

'말하면 뭐해. 입만 아프고, 권사님한테 얘기한다고 문제가 해결될것도 아니고...'


"예, 맞습니다. 아르바이트 하지 말고 기도를 계속해야겠어요."

권사님을 대만족 시킨 답변에 권사님도 환하게 웃으시며 중국집 문을 나섰다.


(*다음주에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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