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의 출생기록부

빈종이만 보면 사슬이 끝없는 중년의 기록장 소개서

by 선주

구의동 43-00번지.

나는 여기 산다.

앞으로 6밤을 이 집에서 더 잘 수 있다.

이사를 간다니 이 집과 함께한 추억들이 꾸물꾸물 소환되고 있다.

이 일기장은 그 중 하나이기도하고 기록장에 대한 남다른 생각이 있어 적어본다.

2018년도에 지어져 외풍도 없고 아침마다 찾아드는 햇살도 좋다.

6년 살았다.

월세를 80씩 내며.

6년의 월세 합계는 총 5,760만원.

가게와 집의 월세를 더하면 내 수입의 2/1은 월세로 날아간것 같다.

그동안 이 집에서 하하호호 떠들며 살아온 삶은 생각지도 않고 막판에 계산기만 두드리니 내 젊음,내것을 남에게 퍼준것만 같아 아깝다는 생각만 든다.

이 집엔 그렇게 남에게 퍼줄 여력이 되는 사람들이 산다.

경제적으로 풍족하던지

몸으로 벌어쓸 젊음의 시간이 있는 사람들이던지.

이 노트는 그렇게 여유있는 이들이 사는 집 앞에서 주웠다.

23.5.5일부터 기록을 시작했고 성실하지 못한 나에게 소속된 이 빨간기록장은 주로 블로그나 브런치에도 올리기 민망하거나 어디나 토해낼 수 없는 모나고 추악한 나의 면모를 담고있다.

나는 참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이 기록장의 면면들이 합쳐진 내모습도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어쨌던 세상에 드러나지 못한 내모습을 기록한 이 기록장은 나의 일부다.

사람은 죽는다.

하지만,기록에 의해 되살아 날 수 있다.

내몸은 조금 더 복잡하게 나를 담고있을뿐 이 기록장과 별반 차이가 없는것 같다.

사람에겐 출생기록이 있으니 이 기록장도 출처가 있어야되겠다 싶었다.

아들말대로 나는 참 말이 많다.

"집 앞에서 버려진 많은책과 노트들 속에서 빨간색이 눈에 띄어 가져왔고 누군가에게는 버려졌으나 나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준 감사한 존재다"라고만

적으면 될것을 출근준비로 바쁜시간에 또 말이 길어졌다.

이젠 그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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