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기도는 맘을 바꾼다.

by 선주

"나는?"

"알아서 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남편과 나는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한다.

중개사 남편과 보조원 부인... 24시간 한 공간에 있다.

듣기만 해도 끔찍하다는 분들도 계셨다.

남편은 당뇨가 있다.

야식을 밀가루 종류로 먹은 다음날은 아침에 쉽게 일어나질 못한다.

어제도 그랬다.

물론 장마가 시작되어 손님도 없겠거니 하고 더 게으름을 피웠을 것이다.

나도 한 주가 다 가도록 탈고를 못한 브런치스토리의 저장글을 탈고해서 발행해야지 하고 남편의 부재에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모아주택 설명회를 이틀 앞뒤고 있어 예상밖으로 문의 전화도 많았고 방문자도 많아 남편도 없는 사무실에서 9팀의 손님과 상담을 하고 식순지며, 안내문구며, 명찰, 방명록 등을 만들고 종이컵, 볼펜등을 준비하느라 점심도 빵과 커피로 대충 때워야 했다.

우리 부동산에서 전속으로 관리하고 있는 건물의 대표가 추진 준비위원장을 맡는 통에 우리 부부도 꼼짝없이 모아주택 주민설명회 준비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오늘 전세 잔금이 있다.

전셋집에 입주하는 꼼꼼한 중년의 남자분은 며칠 전부터

가스배관은 연결되었는지?

짐을 뺀 뒤 확인된 오염된 도배지는 주인분이 다시 도배를 해주는지?

주차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빌라를 관리하는 반장님은 몇 호인지?

이미 모든 것을 확인한 상태라 긴장감 없이 출근을 했다.

그런데, 약속된 잔금시간인 11-12시가 임박했는데도 잔금 치를 기미가 없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는 현 임차인은 내 전화기에 불이 나도록 전화를 해댔다.

10시 30분부터 이사를 갈 수도권의 전셋집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조금만 서둘러 보내달라고 다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잔금 약속시간이 넘어버렸다.

"잔금 시간이 벌써 30분이 지났잖아요. 입주할 집에서는 10시 30분부터 기다리고 있다고요."

"죄송합니다. 바로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입에 발란 말을 하며 입주예정자에게 전화를 했다.

본인도 이삿짐은 다 뺐지만 집주인에게서 전세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줄줄이 사탕처럼 잔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고 있어 한 집에서 늦으면 줄줄이 또 늦어진다.


"어제 하루 종일 잔금체크도 안 하고 뭐 한 거야?"

"나도 바빴다고요. 당신이 나와서 했으면 됐잖아요."

일이 순조로웠다면 없었을 고성이 오갔다.

약속된 잔금 시간보다 40-50분 늦은 시간에 모든 일은 마무리되었으나 이사를 나가는 임차인에게서 다그침을 받은 나는 초주검이 되었다.

비를 좋아해 비 오는 날은 남편의 차를 타지 않고 15분 거리를 걸어 퇴근했었다.

브런치에 등록할 글도 탈고를 해야 했지만 일찌감치 퇴근준비를 했다.

남편도 언쟁이 즐거웠을까?

피곤했던지 일찌감치 퇴근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여보 잠깐만, 비가 쏟아지니 나도 당신 차 타고 같이 갈게요"

바쁘게 컴퓨터를 끄고 나오는데, 사무실 앞에 세워진 자전거가 보였다.

비도 쏟아지고 바람도 부는데 사무실 앞에 세워놓은 자전거가 위태해 보여 사무실에 밀어 놓고 나오는데

낯익은 차가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 가는 거예요?"

"집"

"나는?"

"알아서 와"


어이가 없다.

다시 보따리를 풀고 컴퓨터를 켰다.

'그래? 나를 두고 갔으니 저녁 차리는 수고를 들었네. 뭐. 밀린 일이나 하자. 네가 답답하지.'

부아가 치밀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나님! 남편이란 사람이 어쩜 이래요.

저랑 잘 맞는 사람을 남편으로 보내주셔야 알콩달콩 살면서 복음도 전하지요.


예수님은 온갖 멸시 천대받으시면서도 저희를 용서했고 사랑하셨습니다.

그렇게는 못 할 망정, 남편을 이해하게 하소서.

남편도 예수님의 맘으로 저의 부족함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렸습니다.


(얼랄라... 어제오늘 얼마나 고생했는데..

'네가 고생한 것 안다. 품어주면 안 되겠니?'

하나님께서는 날 위로해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글을 적으며 드는 인간적인 생각에서는 억울함이 남았다.)


하나님의 형상이 우리 안에 있으니 원망으로 시작했어도 이해와 사랑으로 기도가 끝나게 되는 것 같다.


우산을 들었으나 겨우 머리만 가려지는 폭우 속을 터벅터벅 걸어 집에 도착하니

"쿠쿠가 맛있는 백미밥을 완성하였습니다. 밥을 잘 저어주세요. 쿠쿠"

라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이 찹쌀을 섞어 밥을 했다.

당이 있는 남편은 찹쌀밥을 먹지 않는다.


에고~~ 또 살아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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