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림]

여보세요?하나님!

by 선주

2023년 12월29일 아침.

"킁킁"

"왜 그래요?"

남편의 코맹맹이 소리에 교회의 어떤 권사님도 어떤 집사님도 독감을 앓았는데 응급실에 실려갈 만큼 아팠고 열이 내린 다음에는 기침이 멈추지 않아 예배 참석을 못한다다던 카톡글이 생각났다.

"독감아냐?"

"쓸데없는 소리, 괜찮아."

가오에 죽고 사는 해병대 나온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괜한 한마디를 하고 바위의 낙숫물 같은 심장의 충격을 남겼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바이러스의 왕성한 위력 앞에 귀신잡는 해병대도 별수 없었다.

"병원가요"

"쓸데없는 소리, 진통제나 찾아놓고 가"

부동산 대표 공인중개사인 남편이 아침에 잠시 나오거나 점심나절에나 나오거나 아예 하루종일 사무실을 비우기도 하며 근 10여일 동안 독감과 사투를 벌였다.

연말, 연초를 보내는 10여일 동안 사무실을 지키는 마누라는 애간장이 녹았다.

사무실 문을 닫고 돌아오면 머리에 기름인지 땀인지 구분이 안되는 번질번질함과 핏발선 동글동글 눈동자에 한번더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한이불 덮고 자는 남편이 아프다는데 걱정보다 분노의 맘이 치밀어 오르는 이유는 악처라 그런걸까?

"여보, 수액이라도 한 대 맞자"

"쓸데없는 소리, 괜찮아."

가까운 거래처나 손님들에게 연말연시 인사도 하고, 급하게 빼달라는 방들 계약은 못하더라도 손님이라도 데리고 왔다 갔다 해야 임대인들이 다음에도 우리 부동산에 방을 내놓을텐데...

오겠다는 임차인만 있으면 임차인한테 조건은 맞춰주겠다는데도 영하 10~12도에 방 찾는 손님의 발걸음은 뚜~욱 끊겼다.

차라리 공인중개사인 남편이 자리에 없을때 손님이 없어 다행이다 하면서도 새해 첫 시작부터 죽을 쑤고 앉아 있자니 뒤집어 보여줄 수도 없는 가슴은 숯가마가 되었다.

"손님 없어?"

"그러네요. 날씨가 워낙 춥다보니,,,날씨 풀릴때 까지 조금만 기다려 보셔요."

임대인들도 보증금 빼줄 생각에 손님이 없다는것을 알면서도 부동산을 돌며 독촉을 한다.

생각다 못해 블로그에 광고글을 적었다.


안녕하세요. 김실장입니다.

이러쿵, 저러쿵 좋은 물건이 있어요.

급하고 좋은 매물 친절 상담 번호는....??


아픈 남편이 전화를 못 받으니 목소리 좋기로 따지면 미모 못잖은(^^) 내가 상담을 해주는것도 좋겠다 싶어 내전화번호를 등록했다.


010-1234-1234


남편이 드뎌 정상적인 출근을 시작하던날.

그동안 혼자서 사무실 지키고 남편 병수발까지 하느라 고생한 내게 대한 보답으로 늦게 늦게 출근을 준비하던날.


"여보세요. 퍼스트부동산 대표님이십니까"

"아뇨. 우리 대표는 사무실에 있고 저는 중개보조원인데요?"

"뭐라구요?, 구청인데요. 이거 부동산 대표번호 아니예요.?"

"맞아요. 착신 시켰는데요.대표중개사 휴대전화는 010-1234-1234 예요. 여기로 전화하세요."


잠시 후 남편의 전화.

아직도 감기 기운에 코맹맹이 소리가 나는 남편의 목소리에 공룡의 콧구멍에서나 날법한 열기가 느껴졌다.


"당신 좀 내려와봐. 빨리"

"왜? 도시락 싸갖고 갈께요"

"빠 알 리 내려와" 뚜욱~


빠알리 내려가 본 사무실,내 책상 위에는 구청에서 받은 안내장이 있었다.

AI가 공인중개사 표시법 위반을 적발하였기로 구청을 방문하여 자세한 경위를 조사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였다.

" 이제 사무실 나오지마"


말수가 많지 않지만 말에 대한 실천력이 확실한 대표공인중개사 남편은 구청의 전화 한 통으로 부동산중개보조원 마누라를 짤랐다.


-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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