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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Apr 22. 2021

[CCC]CreativeCurationContents

- 갑자기 시작해봄

책이 잘 안 팔리는 시대인데, 가끔은 책을 못 읽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때가 있습니다.

저도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으로 받는 위로가 무엇보다 클 때가 있어서요.

종교가 그렇듯이 은총(!)을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그런 행복감...

그래서 가끔씩 책을 큐레이션 해보려 합니다.

한 분에게라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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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과학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많이 팔리는 과학책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았습니다.


1. 책을 좋아하는 사람: 글맛이 나는 과학책이 극히 드물다.

2.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 제대로 된 전문가가 쓴 대중 과학책이 극히 드물다.

3. 호기심과 지식이 많은 사람: 상식을 가진 사람이 읽을 수 있게 쓴 과학책이 극히 드물다. 

                                         (상식에 머물러 있거나, 갑자기 전문적이 된다.)


저 역시도 3개의 덫에서 늘 헤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과학책을 읽습니다.

왜냐하면 과학에 대한 지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니까요.

특히나 과학이 위험을 경고하는 이 시대에 과학 지식 없이는 죄를 지으며 살 수밖에 없으니까요.

과학이 왜 죄와 연결되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 보다는 뭔가 떠오르는 분들이 더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네, 맞아요.

기후변화 이야기에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의 인간으로서 죄책감이 없을 수 없고,

그 행동 변화에 고민할 때 과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죠.

그러면 기후변화를 말할 때 어떤 과학책을 읽어야 할까요?

기후 변화의 두려움이나 위험에 대해 말하는 책은 많으니까, 저는 좀 에둘러 가볼 생각입니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우선 바다 이야기를 할까 해요.

사실 아시는 분들은 이게 에둘러가는 길이 아니라는 걸 아실 겁니다.

기후변화 이야기에서 바다는 핵심이거든요.

혹시 해수면 상승을 생각하셨나요? 그렇죠. 기후변화가 일어나면 해수면 상승이라는 재앙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바다는 재앙의 핵심이 아니라, 해결의 핵심입니다. 

특히나 인간이 만들어놓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요동을 친 지구의 흔적이란, 결국 바다의 몸부림이었죠.

하지만 오늘 제가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들은 바다의 생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래자원의 보물창고, 열대 바다>, 사진 박흥식

우리는 바다가 매우 넓고 깊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하죠. 지구 면적의 70% 이상이 바다니까요.

그러다보니 바다를 무한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한한 자원의 보고, 무한한 식량창고, 광대한 생명이 꿈틀거리는 곳.......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우리는 바다에 놀러가기를 좋아하고, 오션뷰라고 하면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묵고 싶어하지만 진짜 바다의 모습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맑은 계곡에서 물고기나 물고기알 같은 것을 본 적은 있겠지만, 바다에서 그런 것을 보기란 쉽지 않죠.

우리가 보는 바다 대부분은 해수욕장이니까요.

낚시꾼들이 좋아하는 바위나 테트라포트 주위에 가면 따개비 같은 것도 보이고, 해초도 보이고, 물고기도 낚이지만, 어릴 적 곤충채집 하던 정도의 비율에 불과합니다.

무한하고는 좀 거리가 멀죠. 

우리 머리 속에 있는 그림은 그러니까 실제가 아니라 미디어를 통해 각인된 것입니다.

다큐멘터리나 뉴스, 정보 프로그램 화면 속의 물고기들 말이죠.


그런데 정말 바다에는 물고기가 많을까요?

지구의 70% 면적에는 물고기가 다 살고 있을까요?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물고기들이 비웃을 겁니다.

우리가, 아니 적어도 우리가 동물이라 생각하는 생명들이 땅과 공기가 있다고 다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바다의 생명체들도 마찬가지거든요. 


 

팔라우의 바다 속, <꿈의 바다 목장>, 명정구 사진_사진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숲이 깊어야 생명들이 깃들듯이 바다 생물들도 깃들 곳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의식주는 인간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바다 생물들은 어디에 깃들까요?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해조류 숲입니다.

바닷물에서도 잘 자라는 나무들을 맹그로브류라고 하는데, 더운 바다에서 사는 나무들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듭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물 종류와 다양성을 다른 기후대가 이길 수 없듯이,

바다 중에서도 열대바다가 물고기들이 살기에는 최상의 지역이죠.

맹그로브 숲 외에도 잘피밭, 산호초도 열대바다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산호초는 식물이 아니지만, 열대바다의 바다 숲들은

숨어서 살 곳이 있고(住), 보호색으로 몸을 숨길 수 있고(衣?), 식물과 산호 폴립 사이에 기생하는 플랑크톤, 바이러스 등 먹을 것(食)이 있다는 점에서 살기 좋은 곳입니다.

살기 좋으니 당연히 번식활동도 왕성하고, 치어류가 성장하기도 좋은 곳입니다. 


아파트로 치면 강남 한 가운데에 있는 직장권, 역세권, 숲세권, 초품아 대형 아파트라고 할 수 있죠.

이런 살기 좋은 생명의 강남권 아파트가 많을수록 어종이 풍부하고 생물 다양성이 높습니다.

산호류를 포함하여 바다의 해조류, 맹그로브류, 식물성 플랑크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육지 식물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그러니 물고기를 많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우리는 바다에 모두가 분양권을 넣고 싶어할 아파트들을 조성해야 하는 것입니다.

산호를 보호하고, 맹그로브숲을 조성하고, 잘피 밭 등의 해조류 숲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죠.

 

<낙원은 이상이고, 과학은 현실이었다>, 박흥식 사진_사진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열대바다에 비하면 강남권 만큼 웃돈이 엄청 들 정도의 대단위 아파트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바다 생물 전통의 명작 주거단지가 있습니다.

전 세계 바다를 둘러봤을 때, 모두가 부러워하는 단지가 널리고 널렸죠.

바로 갯벌과 습지입니다.

<물과 땅이 만나는 곳, 습지> 김웅서 _사진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3면이 바다, 리아스식 해안...

여러분은 서해와 남해에 발달한 리아스식 해안으로 뭘 해야 한다고 배웠나요?

그 종류에 따라 세대가 나뉠 것도 같습니다. .. ㅎ

제가 어릴 적에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라 이 리아스식 해안을 육지로 만들기 딱 좋다고 배웠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도를 보면

육지와 육지 사이에 바다도 좁고, 그 좁은 바다의 많은 부분은 또 물 반 땅 반인 갯벌이라 간척사업을 하기에 좋아보였죠.

그때는 우리나라 땅이 너무 척박하고 좁다는 인식이 강했던 시기라 갯벌은 쓸 데 없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있죠.

요즘 학생들은 갯벌이 생명의 보고라고 배울 겁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기도 하고, 질척거리기도 하니 숨을 곳, 먹을 거리, 도망갈 곳이 많습니다.

1년 내내 뜨거운 열대바다는 아니라도 충분히 생명들이 살 만한 곳이죠.

사람들은 아직도 이를 간척해서 비싼 땅으로 만들어 장사를 하고 싶어 하는데,

갯벌과 습지에 인간 대신 바다 생물이 살게 해주면 인간의 멸망을 조금이라도 늦춰줍니다.

왜냐하면 갯벌과 습지 역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엄청난 도움이 되거든요.  

<물과 땅이 만나는 곳, 습지> , 김웅서_ 사진춢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땅이 아니기에, 갯벌과 습지는 바다 생물뿐 아니라 육지 생물과 조류까지 잘 살게 해줍니다. 아이들에게 생물 교육을 해주기에 딱 좋은 곳이죠.

바다생물과 강의 생물, 이것들을 먹으러 오는 새들, 잠시 쉬어가는 철새들, 번식을 위해 오는 생물들......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복작거리며 사는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이 습지를 보호하기 위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이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협약을 맺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 당사국이고요.

대표적으로 순천만, 우포늪 등이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곳인데 이미 생태관광지로 유명해진 곳이죠.


워낙 갯벌과 습지가 많은 우리나라라 등록되지 않은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브랜드가 붙어있든 않든 전부 다 생명들이 사는 것이죠.

그런데 놀러가는 분들 중에는 갯벌과 습지도 바다의 일종이라 생물량이 무한대라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맛소금 같은 걸로 맛조개를 잡고 필요하지도 않은 조개를 많이 캐가시기도 하죠.

물론 주차장을 만든다고 콘크리트를 붓는 것보다야 나은 일이지만, 사람의 손은 생각보다 큽니다.

때로는 한 생물종이 씨가 마르도록 잡기도 하죠.

그러니 갯벌이나 습지에 가신다면 눈과 피부로만 배우시고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오시는 게 좋습니다.


<물과 땅이 만나는 곳, 습지>, 김웅서 _사진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바다는 사막과 같습니다.

생명들이 없다면요.

생명들은 의식주가 가능한 곳이 아니면 번성하기 어렵습니다.

결코 무한하지 않고, 인긴과 마찬가지로 조건 좋은 아파트 단지 같은 산호, 해조류숲, 습지 등이 아니면 모여살지도 않습니다.

바다의 생명들은 기후를 조절하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우리가 산호, 맹그로브, 습지, 갯벌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우리를 위한 일입니다.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쓰레기에 대해 고민하며,

양식이나 어로 활동으로 버려지는 그물,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을 규제하는 일은 바다의 생명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살아남자고 해야 하는 일인 거죠.


그래서 저는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이 직접 애써서 쓴 바다 관련 책들을 소개합니다.

책 표지

글맛이 있다고 하긴 어렵지만,

전문가들이 쓴 책으로 믿을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과 상식만 갖고도 지식을 새로 얻는 게 수고롭지 않다는 장점이 있는 책들입니다.

그냥 물이 많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바다가 복작거리게 느끼게 하는 신기한 경험도 하게 해주고요.

이 책들은 다 아름답고 소중하니 지켜달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알게 된 인간으로서 우리가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입니다.

진짜 신도시는 바다에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드는 그런 세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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