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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Feb 20. 2022

한 단어에 하나씩

그것이 무엇이든

전시회 때문에 KTX를 탈 만큼 여유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여유"란 곧 "돈" 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여유"에는 그것 외에도 시간, 체력, 비어있는 마음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았지요.

그렇게 멀리 서 본 전시는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속의 건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브리, 정확하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현실보다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인 현실 세상이 있죠.

바람의 세기마저 짐작할 수 있는 꽃송이와 어떤 계절의 석양인지까지 알 수 있는 하늘.

그런데 이 전시를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든 건물들은 실제로 지을 수도, 사람이 살 수도 있다는 걸 일았습니다. 심지어 하울의 움직이는 성까지도요...

전시 사진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유바바 여관 세트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작품성과 상징성 면에서 이 작품과 견줄 작품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동화 같은 이야기면서 문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캐릭터로서는 역시 토토로와 메이를 이길 수 없습니다.  센과 치히로가 나오기 전까지 최고 작품이기도 했지만요...

전시회를 보면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기본적으로 이과생이라는 것과 건축과 비행기에 조예가 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완벽한 건축은 결국 완벽한 작품 속 세계를 위한 노력이겠지요. 다 쓰러져가는 '귀신의 집'이 일본 특유의 서양+일본 풍을 하고 있었기에 메이와 사츠키는 그 마을에서 토토로를 만날 수 있었을 겁니다.

이전까지 주로 서양식 인물을 그려 일본 아이들에게 미안했다는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게 감싸고 있는 세계.


좋은 작품은 여유 히나 없이 완벽을 향해 자신을 다그치는 사림들이 만들어 냅니다.

그들도 그저 보고 있는 장면 하나로,

읽고 있는 단어 하나씩 모여

풍요로워지는 걸 경험했을 겁니다.

여유롭게 그런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시절도 있었겠죠.

하지만 모든 걸 쏟아부어도 리얼리티 속으로 초대하여 각자의 삶에 양식이 되어줄 작품은 만들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결국 초대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한 글자씩 걷게 되면 여유 중 하나를 얻게 되는 그런 세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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