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음악가는 하늘의 것을 세상에 나눠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직 버려질 때가 아닌 향유자로서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할 나이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 가슴이 아팠죠. 하지만 예술가가 팬을 버릴 땐
순간 그도 버려졌다고 뼈에 사무치도록 슬펐겠죠..
무궁무진한 재능을 우울증이 막았겠죠. 그것은 예술가에게 더 큰 절망이었겠죠.
우울이 그의 예술혼을 갉아먹었을 겁니다. 예술가가 우울에서부터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착각이에요. 우울은 삶을 갉아먹을 뿐, 아무 것에도 도움이 되지 않아요. 예술가가 우울에 취약한 것은 단지 예민하기 때문이죠. 결코 예술의 조건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예술가나 예술가 곁의 지인들은 예술가의 우울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물론, 예술가가 아닌 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울증은 그냥 병이에요. 정말 힘들지만, 죽음에 이르지 않을 수 있는 병... 고칠 기회가 없었을 그들이 가여워서 오래 마음 아팠습니다..
예술가들의 자살은 흔하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20대라서 더 아팠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하죠.
아이돌들의 비인간적인 성장과정은 워낙 유명하고요. 저는 아이돌에 대해 편견이 없고 그들의 음악과 무대에 반하는 경우도 많은 감상자입니다. 하지만 어른으로서는 그 시스템을 걱정하죠. 그리고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 그 시스템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너무나 혹독한 사회이기에 대부분이 우울증에 걸려 있고, 그 결과 자살률은 세계 1위죠. 그 중에서도 아이돌을 지망하는 아이들은 가장 어린 나이에 약육강식의 세계를 가장 심하게 경험합니다. 거기에서 살아남았든 아니든, 모두에게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죠. 보호와 격려가 필요한 나이에, 산업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어른들의 욕심에 내몰려 가장 비정한 세상을 겪으니까요. 어른이 되기까지 슬픔을 이기는 법, 갈등을 겪어내는 법, 자신을 사랑하는 법, 남을 사랑하는 법, 사랑을 받는 법 등, 자존감과 관련된 보이지 않는 것들을 꽤 많이 준비해야 하는데 이 산업은 한 인간이 평생 살아가야 할 힘을 희생시키며 예술가들을 키워냅니다. 데뷔 후,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빛나는 그들이 나중까지 잘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 공은 대부분 그를 둘러싼 가족과 친구들 덕일 것입니다. 예술가로서의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배웠던 그 시간들로부터 그를 보호한 힘센 사랑 덕분일 거예요. 그 외의 보통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그 모든 것들로부터 소외될 것입니다. 그 외로움과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알게 되겠죠. 자신을 돌보아야 할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요...
그런데 우리는 이 아이돌의 데뷔 쇼를 아무렇지 않게 봅니다. 누구를 응원하고 싫어하기는 해도, 그 시스템을 극렬하게 반대하지는 않아요. 그게 낯설다는 느낌도 없죠.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사는 모든 아이들이 상위 1%가 되기 위해 데뷔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돌과 비슷한 훈련을 받으며 살고 있으니까요. 그 끝에 상위 1%의 가능성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차라리 아이돌이 되는 것이 좋은 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도 행복이나 자존감처럼 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지요. 우리 사회에서 강요하는 잘 살아가는 법이란 돈을 잘 벌고 누군가 위에 군림하는 길이니까요.
그 결과, 우리는 10대와 20대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 자살인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다른 사회에서는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푸른 시기에, 이미 기진맥진한 아이들이 인생의 끝을 생각하지요.
살아간다는 것은 불편한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곧 상처받는 것이라는 성찰이 없는 것이지요. -신영복, <강의> 중에서
인생에서 그렇게나 행복을 찾는 이유는 우리 인생의 대부분이 너무나 불행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 불행도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의외로 세상이 살 만해지죠. 남들과의 경쟁에서 졌다거나, 가난하다거나 하는 불행은 또 의외로 금방 괜찮아져요. 진짜 불행은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지키지 못하는 불행이죠. 그 불행을 만든 것은 자신이 아닙니다. 그러니 자신 탓을 하면 안돼요. 오히려 스스로를 가여워 하세요. 자신의 잘못이 아닌 불행으로 꽤 오래 고생할 테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가 너무 싫고,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고, 미래는 없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함께 살아가는 건 어떨까요?
끝없이 쓰다 보면 겨울밤 세시나 네시쯤 내 방의 꺼지지 않은 불빛을 보고 누군가 중얼거릴 것이다 살아야겠다고, 흰 종이 위에다 꼭꼭 눌러 이 세상을 사랑해야겠다고 쓰고 또 쓸 것이다.
-안도현, <겨울밤에 시 쓰기> 중
저도 오래 살지 않았기에, 저도 아직은 우울증의 늪에 빠져 들어가기에 괜찮을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없습니다. 살다보면 살 만해진다고, 좋은 날이 온다고 말할 수 없어요. 살다보면 좋은 날과 나쁜 날이 꼭 오겠죠. 그러니 인생에 대해 할 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라도, 외롭고 불행한 그 삶의 끝에 뭐가 있는지 보고 말자는 마음으로라도... 살아보는 게 어떨까요.
외롭고 쓸쓸한 나는 혼자인 것 같지만, 그 혼자가 살아있기에 누군가는 따뜻하고, 누군가는 살 마음을 내기도 하지 않을까요.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동지가 아닌가요.. 제발, 죽지 마세요.. 함께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