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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Feb 10. 2024

독도 바닷속으로 와볼래?

- 책 이야기

개인적으로 오래 꿈꾸었던 종류의 그림책이 나왔습니다.

펼쳐보시면 별 다를 바 없는, 그저 정보를 많이 담은 그림책이라 느끼시겠지만,

속사정을 알면 그리 쉽게 나올 수 없는 그림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책 표지

표지 모델인 혹돔은 실제 독도 바닷속에서 20년째 거주중인 터줏대감입니다.

20년전쯤부터 유행했던 셰어하우스를 몸소 실행하고 있는 건물주지요.

이 혹돔과 아는 사이라는 건 20년 넘게 이 바닷속을 드나들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네, 이 책의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말이지요.


생물의 생태를 이야기에 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대부분은 상상에 기반합니다. 그 상상이 사실을 바탕으로 하므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행기를 쓸 때, 실제 가본 사람, 실제 몇백 번이나 가본 사람, 자료만으로 구성한 사람의 차이는 분명하겠죠.

생태 그림책의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과학 지식 정보를 알려주는 그림책에서 이 '실제'를 담보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요.

왜냐하면 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그 분야의 문외한에게 자신의 분야를 공짜로 강의할 이유나 시간적 여유가 없고,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님들은 온갖 제약을 받아들이며 상상의 날개를 꺾고 싶지 않고, 그림작가님은 하나하나 감독을 받으며 그리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게다가 출판사들은 어떨까요?

잘 팔린다는 확신도 없는데, 연구자, 글작가, 그림작가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보통 그림책이라면 하지 않을 페이지 구성도 고민하는 가시밭길을 구태여 갈 필요가 있을까요?  그동안 우리가 생태그림책 대부분을 외국책으로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R&D 예산을 마구 깎아버린 현재지만, 우리나라는 생태를 비롯한 과학기술 연구의 선진국입니다.

의대 열풍이지만, 순수한 호기심을 잃지 않은 과학자들이 앎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밤샘을 마다하지 않으며 연구해온 결과지요. 

전쟁 직후에도 허허벌판에서 공부를 했던 나라,

굶으면서도 소를 팔아서라도 공부만은 시켰던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몇 조씩 연구 예산을 깎는 것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저처럼 과학기술과는 상관없는, 문과라 죄송하고 예술가라 죄송한 사람도, 예술가들이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않는 걸 아는 사람도 과학기술 연구를 응원하는 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어떤 과학기술은 우리나라가 최고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만이 연구할 수 있는 곳도 있고요. 특히 생태 분야는 각 나라마다 특화된 부분이 있습니다. 독도 연구는 그런 면에서 특별한 곳이지요.

 

여행으로 가보려 해도 울릉도에서 장장 3시간 넘게 배를 타야 하니까, 잠시 들르러 가는 분들도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 곳이 독도죠.

그런데 한 번 가기도 어려운 독도를 해양과학자들은 악천후를 피하고 선박 문제를 해결하고 연구 날짜까지 조율하면서 매년 수십 번씩 갑니다. 단지 연구하기 위해서 말이죠.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독도는 물 위가 아니라 물 아래가 진짜인 세계입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동해 가운데 있어서 온갖 물고기들이 섞이는 곳이지요.

다른 바다와 달리 동해에는 섬이 드문데, 울릉도와 독도가 아니었다면 저토록 많은 생물들이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길거리에서 자지 않듯이 물고기들도 깃들 곳이 있어야 해서 한라산 보다 거대한 독도는 모든 생명체에게 고마운 삶의 터전입니다. 덕분에 해양과학자들의 연구 주제가 끝없기도 하고요.


이 책은 두고두고 보실만한 이유가 아주 많습니다.

만일 스킨스쿠버가 취미시라면 더더욱 말이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이야기가 흘러가는 그림 속 바다는 그냥 그린 장면이 아닙니다.

이곳에 출몰하는 물고기 종류, 물고기 크기, 분포도에 따른 숫자까지 계산하여 그린 것이죠.

해조류의 다양한 색과 종류도 물론입니다.

독도는 크고 넓은 곳이라서 각 지역마다 나타나는 물고기가 다르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혹돔의 한 바퀴를 따라가다가 주요 지역에 도착한다면, 그래서 스킨스쿠버로 이 바닷속에 들어가시면 바로 저런 장면을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평생을 목숨 걸며 연구한 연구자가 어린이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식을 나눠주고,

글작가와 그림작가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수고를 해가며 재미있고 아름답게 쓰고 그려준 이 책.

판매량과 상관없이 골치아픈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출판사까지.......


참 귀한 책이 나와서 행복한 마음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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