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 Aug 27. 2020

올해 잃어버린 것들을,

아직 놓지 않으며

2020년의 상반기가 지나갔다.

그런데 워낙 많은 것들이 취소되니 이 해는 시작도 되지 않은 느낌이다.


평생 의례에 대한 어린이 책을 만들면서

세시풍속에 대한 공부도 했는데, 설에 떡국을 먹고 한식에 찬 음식을 먹는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보다는 그 귀찮은 기념일의 의미가 깊이 와닿았다.


올해처럼 개인의 삶이 단절되어 있을 때,

세시풍속을 공부한다면 아마도 그 시간의 매듭 덕에 우리가 얼마나 삶 쪽으로 끌어당겨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코로나가 불러올 비대면 사회를 사람들은 예견하지만, 그것은 경제 성장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이다. 사람이라는 사정에서 지속가능한 이야기랄 수 없다.

사람은..... 외롭고 숨막혀 하는 존재이므로..

우리는 몇 천년 간 그래왔듯 앞으로도 촌스럽게 서로를 지겨워하며 만나야 하는 존재다. 매듭 없이는 무한처럼 느끼는 시간을 개념화하기 위해 기념하고 풍속을 지키고 세시를 무시해가며 인생이 단위 별로 나아가고 있다고 착각해야 한다.

올해는 마치 사건의 지평선에 서 있는 것처럼 2020년 경계 언저리에 매달려 있다.

그렇게 속절없이 한 해가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얼마나 평화로운 잠꼬대 소리인가.

라고, 자각한다.

감염병이 가장 큰 걱정인 나의 세계에서조차 사람들의 문맹은 많아졌고,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읽고 듣지 못하는 좀비가 되어 피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누군가를 사냥하고 있다.

일찍이 장국영이 불안해하며 연기한 대로 홍콩은 양모와 친모로부터 버림받고 총을 맞아, 아직 바람 속을 떠다니는 발 없는 새 신세이고..

내가 사랑한 세계의 많은 곳은 억울하고 갑작스런 주검들의 땅이 되었다.

...

흐르지 않고 고인 반 년의 시간 속에 많은 것을 잃은 것 같다. 돌아올 수 있을까...  잃은 것들, 하나하나 너무 커서 쉽게 놓지는 못하겠다. 돌아보지 않는 이 시대를....

작가의 이전글 값이 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