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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 Sep 06. 2020

이해할 수 없는 불행을 받아들여야 할 때

헨리에타를 읽다, 그냥..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심해졌습니다.

여행은커녕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졌죠.

종일 집에 갇혀있는 분들도 괴롭지만,

머물 공간이 없는 분들,

생계가 막막해진 분들 생각에 사회 전체가 우울한 것 같습니다.

잠깐의 울적함이 아닌 우울함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악화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노력형이라, 우울해하기 전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하나라도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이해할 수 없는 불행이 나타나고

노력이 자꾸만 무너져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

불행의 시간이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 사람들은 힘을 잃습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여 묵묵히 힘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러자니 우울함을 이겨낼 수가 없는 거죠.

그럴 때 저는 헨리에타를 떠올립니다.

꼬마 비버(인 것 같은) 헨리에타요.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헨리에타는 가을걷이를 합니다.

"부지런히 열매를 모으지 않으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없을 거야."

이웃들의 도움으로 추수를 끝낸 헨리에타는 기뻐서 잔치를 열죠.

다 같이 모여 먹고 마시고 나니 모아둔 식량이 사라집니다.

헨리에타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식량을 모으죠.

하지만 이번에는 물난리가 나서 모아둔 양식이 다 떠내려 가버립니다.


생각만 해도 우울해진다고요?

네.. 맞네요. 저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헨리에타도 그랬을까요?

추수 우울증에 걸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냐며, 희망도 없고 사는 것도 지겹다고 한숨을 쉬었울까요?

하지만 헨리에타는...

"아흠, 너무 졸려. 먼저 잠을 좀 자야겠어. "

하고  잤습니다.

배도 불렀고, 일도 많이 했고,

무엇보다 아기였거든요.


과거나 미래에 사는 법이 없는..

언제나 지금만 사는 어린아이요...

원인이 없는 불행 앞에서

인간의 힘이 한없이 미약할 때는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며 오늘만 사는 것도 시간을 건너가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언제 끝날까,

아무도 모르는 질문을 메아리처럼 되물으면서 희망이 없다는 핑계로 삼지 말고요..


인간이 인간의 일을 하다 보면

원인이 없었던 불행도 원인이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요?

(물론 사라지기까지의 수고가 원인이 되겠죠)


그래서, 헨리에타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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