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 Oct 13. 2020

무슨 이야기를 해줄 건가요?

- 주제 정하기

그렇다면 대중적 글쓰기는 어떻게 시작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를 정하는 것입니다. 전문 분야에 대한 글의 경우 대부분은 주제가 정해진 후 글쓰기를 시작하기에 이 과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기획자들이 주제를 정해주더라도 저자가 그 주제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합니다. 글쓰기가 처음인 전문가들은 기획자나 제안자의 주제에 맞게 주제를 정하려고 하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획한 사람도 대중 독자 가운데 하나라는 점입니다. 즉, 전문가만큼 전문 분야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죠. 그 분야가 어떤 풍경인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기획자는 거의 없습니다. 전문가가 대중에게 줄 수 있는 지식 정보의 범위나 깊이에 대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고요. 그러니 저자는 기획자와 깊은 대화를 통해 주제를 정하거나, 기획자의 기획안은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쓸 주제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학창시절 국어 시험 때 말고는 ‘주제’ 찾기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겠지만, 이제는 저자 입장에서 주제를 찾아야 합니다. 


 "이 글에서 독자에게 무슨 내용을 알리고 싶은가?"


저자에게 주제란 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질 것입니다.


 1. 독자에게 무슨 내용을 알리고 싶은가?

    - 한 줄로 정리될 만큼 확실하게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습니다.


 2. 내 글의 독자는 누구인가?(나이, 교육수준, 때때로 성별) 

    같은 내용이라 해도 교육 수준에 따라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다릅니다. 물론 세상에는 초등생 나이의 가우스나 문맹의 성인 같은 특수한 사람들이 있죠. 이들은  나의 독자에서 제외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수준에서 독자를 정하는 것은 주제를 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3. 내 전문 분야와 독자 사이에 접점이 있는가?

   호기심 천국 어린이가 아니라면, 대중은 좋은 지식정보라 하더라도 나와 상관없는 내용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최소한의 접점을 생각해보고 그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늘 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면,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벌어진 지금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4. 독자가 앞에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줄 것인가?

    글을 쓴다면 막막한 분들이 많죠. 하지만 말을 해준다고 생각하면 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앞에 사람을 앉혀놓고 내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고 상상해봅시다. 아무리 재미없는 분야라 할지라도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마 개중 상대가 귀를 기울일만한 내용을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를 생각하고 심사숙고하여 화제를 정하는 것, 바로 이것이 주제입니다.     

 5. 쓰려고 하는 내용은 어떤 유용성이 있는가?(지식 및 정보 유포, 돈, 명예, 보고)

   그렇다고 흥미롭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분명히 전문 지식을 담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주제는 글의 유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요. 전문가들도 감탄할 만한 전문지식을 망라할 것인지, 핫한 내용을 담아 잘 팔릴만한 글을 쓸 것인지, 연구성과에 대한 보고서인지, 전문가 타이틀을 번쩍이게 할 정도로 유명하게 만들어줄 글인지....... 김칫국일 수 있지만, 미리 생각해보면 주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6. 읽기로 마음먹은 독자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내용인가?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흥미를 계속 놓지 않도록 쓸 수 있는 주제인가를 생각해봅니다. 이해한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완벽히 알아야 쉽게 말할 수 있듯이, 자세히 또 완벽히 알지 못하면 쉽게 쓰지 못합니다.


 7. 내가 즐겁게 쓸 수 있는 내용인가?

   무엇보다 저자가 즐겁게 쓸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기획자나 독자 눈치를 보느라 쓰고 싶지 않은 내용을 주제로 삼으면 쓰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겠죠. 그런 글에 사람을 끌 힘이 있을 리 없습니다.



쓸 수 있는 전문 분야는 범위가 넓지만, 이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범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독자를 정하고 범위를 정하는 것에 따라 쓸 수 있는 주제도 달라질 텐데요, 전문가들이 헷갈릴 수 있는 점이 바로 이 지점일 것입니다. 독자의 수준이 어떤지, 내가 흥미로운 것이 그들에게도(전문 정보에 관심을 가진 독자) 흥미로운지 파악하기가 어려울 테니까요.  기획자 혹은 첫 번째 독자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이때입니다. 혼자라면 순전히 상상에 의거해 가감을 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충분히 의논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획자나 독자들은 자칫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처럼 혼자만 아는 내용을 쉴 새 없이 떠들지도 모를 전문가에게 범위를 정해주고, 적당하게 밀당하는 스킬을 제공해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지식은 가치가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