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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r 23. 2023

오타니, 김신영, 이정재의 공통점

1. 목포에 외할머니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청도에 친할머니에게 경상도 사투리를 배웠다. 이사를 60번 다니면서 어린 시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김신영. “김신영은 연기천재다.” 거장 박찬욱의 이야기 입니다. 영화 ‘헤어질결심’을 보고 나오는데 김신영의 연기에 대한 인정과 칭찬들이 복도에 가득합니다. 올해 김신영은 코미디 연기뿐 아니라 스크린에서 더욱 빛났습니다. 박찬욱은 ‘행님아’때부터 김신영의 팬이었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코미디 연기지만 그 속에 슬픔이 베어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봉준호 감독도 김신영 폴더가 따로 있다고 하니 그녀의 연기에 대한 감독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팩트인 듯 합니다. 영화도 영화지만 지난해 김신영에게 최고의 기회는 무엇보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일 것입니다. 이보다 더 적임자가 있나 싶습니다.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들을 관찰하고 연기하면서 가장 큰 공감을 이끌어온 연기자이기 때문입니다. 


2. 오징어 게임으로 작년에 에미상을 받았다. 굵직한 연기로 두각을 드러내더니 올 여름엔 연출가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이정재. 모두의 편견을 깨고 작년 여름 개봉한 영화중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비트’ 이후 ‘헌트’로 23년 만에 친구 정우성과 투톱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뚜껑을 열고보니 이정재는 정우성을 가장 잘 알고 캐릭터와 연기를 최고로 끌어올린 연출자였죠. 친구에게 가장 큰 선물을 준 셈입니다. 이정재가 처음부터 이 영화의 연출을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는 이 영화의 극본을 들고 연출자를 직접 찾다가 모두 거절당하고 결국 본인이 직접 메가폰을 쥐게 됩니다. 이정재는 4년간 수차례 각본을 수정하며 완성도를 끌어올렸고 정우성은 네 번의 거절 끝에 결국 친구의 연출가 데뷔무대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3. 현대 프로야구는 투타를 겸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와중에 지난해 MLB에서 투수로 15승, 34개 홈런을 쳤다. 10승, 10개 홈런 이상은 베이브 루스 이후 104년 만이라고 한다. 오타니. 그는 만다라트 계획표를 개발하고 ‘운’이라는 영역까지 관리하는 것으로 경영서에 자주 소개되었던 오타니 선수입니다. 그는 오심에도 화내지 않고 웃어넘기는 걸로 유명합니다. 그는 2021년 MLB 올스타전에서 선발로 등판하면서 동시에 지명타자로 뛰었죠. 이를 위해서 올스타전 규정까지 바꿔야 했습니다.  



4. 오타니처럼 투타를 겸업하는 야구선수를 ‘이도류’라고 하는데 양손에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뜻입니다. 김신영, 이정재, 오타니의 공통점은 편견을 깨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도류’들입니다. 자신의 직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극단으로 밀어붙인 끝에 직무의 크기를 키워,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흔히 두 가지 중 하나에만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둘 중 하나라도 잘하라는 것이죠. 분명 멀티는 쉽지 않고 리스키한 일입니다.


5. 리스크를 줄이면서 '이도류'가 되는 방법은 어찌보면 간단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파일럿테스트를 자주, 빈번하게 하는 것입니다. 뭔가를 시도해보고 싶은게 있다면 가급적이면 작게, 에센셜한 부분들 담아서, 피드백을 받기 용이한 형태로 기획해서 운영해봅니다. 그리고 발전시켜갑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이도류가 되겠다는 욕심을 버립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리스크들을 갖고 작은 실험들을 축적하다보면 어느순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수준도 커집니다. 조금씩 이도류가 가까워집니다.


6. 어쩌면 내가 이 일을 사랑하고 전문가가 되고자 한다면 멀티는 필연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김신영은 연기를, 이정재는 영화를, 오타니는 야구를 사랑했을 뿐, 의도적으로 이도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일도 저 일도 잘하는 사람을 세상은 가만히 놔두지 않겠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이도류를 꿈꾸는 N잡러들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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