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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Apr 12. 2023

불확실성이 높을 때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방법

꽤 오래전 일입니다.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행사를 지원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큰 행사인 만큼 담당자는 혼자 운영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각 팀에서 한명씩 지원할 수 있는 스텝인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행사운영을 위한 미팅을 가졌습니다. 담당자는 엑셀파일로 구성원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업무분장표 같은 것을 나눠주면서 이대로만 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행사당일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국지성 호우가 내리기 시작했죠. 스텝들은 각자의 자리를 가만히 지키거나, 우왕좌왕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사는 엉망이 되었고, 다음날 신랄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평가가 끝날 무렵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린 이 이야기를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하지 못했을까요?”


일을 하다보면 경영계획과 정렬된 새로운 과업에 대해서 구성원들에게 설명하거나, 복잡성이 높은 이슈에 대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가능하면 마이크로매니징을 하지 않으면서도,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소통에 따른 실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흔히 업무지시가 떠오르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조직장과 구성원, 동료들 간에는 기본적으로 협력하는 관계이므로 지시라는 표현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인 센스메이킹(Sensemaking)을 잘하는 방법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센스메이킹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이러한 일이 발생했는데,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를 놓고 공통의 인식을 확보하는 일종에 인지적 지도를 같이 그려가는 과정입니다. 



경험과 직관을 강조한 의사결정이론 분야에 권위자인 게리 클라인(Gary Klein)은 칼 웨이크(Karl Weick)가 개발한 내용을 참고해서 STICC이라는 프로토콜(상호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규칙)을 제안하는데요. 병원에서 회진하면서 개별 환자에 대해 논의할 때도 STICC를 활용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하고, 소방분야, 스포츠 분야에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내용은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 소통할 때도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상황(Situation) :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OOO 입니다.” 우선 소통할 내용에 대한 맥락과 의미를 충분히 제공해야 합니다. 큰 그림을 공유하는 것으로 과업까지 연결되는 일종의 스토리 같은 것을 공유하면 좋습니다.
2. 과업(Task)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OOO 입니다.” ‘어떻게’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담기보다는 우선 수행해야할 과업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설명합니다.
3. 의도(Intent) : “그 이유는 OOO입니다.” 소통하는 내용에 대한 목적을 이때 설명합니다. 일종의 비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복잡성이 높은 상황이라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을 때는 일부의 모습을 공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4. 우려(Concerns) : “그런데 여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또는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일을 할 때 직면하게 될 위험(Risk)과 문제에 대한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합니다. 
5. 조정(Calibration) :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다거나, 하기 어려울 것 같다거나, 모르는 것이 있거나, 조율할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봅시다.” 아주 중요한 단계입니다. 피드백을 통해서 통합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액션들을 합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 단계에서 아직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고 후속 논의에 대해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이때 “만약 OO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으로 시작하는 질문들을 나누면서 이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미리 떠올려본 대안들이나 옵션들이 있다면 상대방의 선택권을 존중하면서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STICC 프로토콜은 명확하면서도 유연한 것이 특징인데요. 특히 동료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강조합니다. 다른 의견을 드러내고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새로운 센스메이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인데요. 의사결정에 버퍼(buffer) 일종에 여유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죠. 저는 STICC을 고객과 메일을 주고받을 때나,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을 때 관련된 정보를 탐색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통과정에서 STICC중에 뭔가 빠진 게 있다 싶으면 추가적으로 확인을 하는 것이죠.


다시 처음에 이야기했던 사례로 돌아가서 내가 담당자라면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요? 제가 담당자였다면 미팅 때 업무분장표를 나눠주기 보다는 행사의 배경과 취지(Situation)를 설명한 뒤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뤄진다는게 어떤 이미지인지 공유(Task, Intent)하는데 시간을 좀 더 할애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리스크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면서 “저도 행사운영 경험이 부족해 잘 모르니 많이 있으니 도움을 달라”고 파워를 낮춘 뒤 “혹시 행사진행과 관련해서 궁금하거나 우려되는 게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Concerns, Calibration)고 말하고, “상시적으로 서로 이 부분에 대해서 센싱(Sensing)하고 공유할 수 있는 카톡방을 운영하자”고 제안할 것 같습니다. 불확실한 상황을 모두 예측해서 매뉴얼화할 수 없다면 최대한 이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난 이후에 구성원들이 행사운영의 주체로써 대응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구조를 설계하고자 노력할 것 입니다.


정리해보자면, 만약 어떤 주제에 대해서 동료와 처음 논의를 시작하신다면 STICC 프로토콜을 고려해보시면 분명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 내 그라운드룰로 인식되고 습관처럼 활성화되면 조직레벨에서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하나의 도구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진 않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소통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만한 성과관리, 인사결정, 인사인프라와 관련된 제도적 기반과 시스템도 통합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다음엔 이와 관련된 주제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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