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0년대 들어서 대규모 공채의 종말, 수시 채용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우린 일상적으로 채용공고에 노출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대이직의 시대, 채용서비스(취업포털, 기업정보, 회사평판, 지원자 평판조회, 채용관리 등)의 성장은 구직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습니다.
2. 구직시장을 양극화하는 것 쉽게 말해서 지원자가 몰리는 기업은 더 몰리고 지원율이 떨어지는 기업은 더 떨어지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 큰 축은 확대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입니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평균 월 소득 차이는 약 2배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2021년 기준 대기업 평균 월 소득 563만원, 중소기업 266만원으로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정규직-비정규직’보다 ‘기업규모간’ 이중구조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임금수준과 공정성에 민감해진 구직자들은 과거와 달리 채용서비스를 통해 회사의 연봉수준과 기대임금을 예측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3. 그렇다고 대기업이라고 무조건 선호하는 것도 아닙니다. 구직시 워라벨, 커리어개발, 조직문화, 일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와 달리 직무오너십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역할조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매우 선명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동료가 될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높은 자존감을 기반으로, 공동체 안에서 독립된 주체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충만한 MZ세대이기 때문입니다. 회사평판 서비스가 조직문화나 면접후기 같은 구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폭넓게 제공하면서 구직시장이라는 운동장은 더욱 더 구직자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4. 인구구조적인 요인도 빠질 수 없겠죠.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는 글로벌한 현상이지만, 한국은 특히 그 강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구직자 중심이라는 중력은 앞으로 더욱 강해질 전망입니다. 일본의 경우 후생노동성에서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이라는 지표를 관리하고 있는데 최근 1.35로 일자리가 4개라면 지원하는 사람이 3명 정도라고 볼 수 있고 우리나라는 같은 지표를 통계를 내면 0.6정도가 나타나는데 대략 하나의 일자리에 2명이 지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아직은 취업난을 겪고 있지만 빠르게 일본처럼 구인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5. 서론이 길었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조직의 고민도 깊어집니다. 몇 년째 지원율은 떨어지고, 이런 현상이 현업부서 구성원들의 자부심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부터 시도해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채용담당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요소이면서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채용공고에서부터 그 실마리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지원율을 높이려면 채용공고는 어때야 할까요?
6. ‘해야 할 일’ 위주가 아닌 ‘일의 고객’을 강조하기 : 만약 우리가 단순작업을 하는 직무에 대한 채용이 아닌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것이라면 그 모집공고에는 어떤 내용이 강조되어야 할까요? 꽤 많은 채용공고들을 보면 수행해야 할 업무(task, activity)들만 나열되어 있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그냥 일을 할 사람을 뽑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전달되어서 직무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게 됩니다. 동시에 이미 정해져 있는 일들을 수행해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보다는 채용하는 직무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는지가 앞서 명시되면 좋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직무명도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인사지원’ 같은 직무명 보다는 ‘직원 온보딩 매니저’ 같이 직무의 고객과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영역이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직무명이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겠죠. 결과적으로는 함께 문제를 풀어갈 동료, 커뮤니티의 구성원을 모집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7. 직무와 관련된 맥락을 충분히 공유하기 : 채용하는 직무가 포함된 팀의 미션이 무엇인지, 올해 어떤 과제를 갖고 있는지, 유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와 같이 내가 무엇에 기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context)을 공유하면 좋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온라인 커피챗을 통한 상담이나 채용설명회 등을 통해서 지원자들이 추가적인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면 좋습니다.
8. 일하는 방식, 조직문화에 대한 소개 : 최근 많은 기업들이 채용브랜딩을 할 때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구직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성과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성장해나갈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죠.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처럼 채용공고를 통해서 어떤 동료들과 함께 일하게 될지, 해당 직무와 관련된 성장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솔직함과 진정성은 채용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호소력 있는 무기입니다. 조직문화가 수평적이지 않은데 수평적인 척 할 이유는 없습니다. 채용브랜딩에 답은 내부에 있습니다. 우리 조직의 조직문화 강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홈페이지에 있을 법한 핵심가치의 나열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동료 구성원들의 살아있는 목소리(VOE, Voice Of Employee)를 인용하면 좋습니다. 구성원들을 인터뷰하다보면 우리 조직문화의 강점과 매력을 그들의 언어와 스토리로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채용공고의 좋은 예>
https://careers.gabia.com/
https://recruit.dreamuscompany.com/
https://toss.im/career
https://careers.kakao.com/
9. HR에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듯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구성원 경험설계에 있어서 첫 번째 단계가 있다면 채용 지원자가 채용공고를 보는 일 일 것입니다. 우리 조직은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할 때, 어떤 첫인상을 남기고 있을까요? 늘 그렇듯 첫인상을 보고 판단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