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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y 01. 2023

우영우가 우리회사에 입사한다면

우영우가 우리회사에 입사한다면

"사실 제가 '세상이 달라지는데 한몫을 하겠다'라는 그런 거창한 꿈은 없었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적어도 ‘이전보다 친절한 마음을 품게 할 수 있기를’, 또 ‘전보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들을 다름으로 인식하지 않고 다채로움으로 인식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를 했었는데요. 정말 그 발걸음에 한 발 한 발 같이 관심 가져주시고 행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제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대사였는데요. 영우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정말 정말 기뻤습니다. 나는 알아도 남들은 모르는, 또 남들은 알지만 또 나는 알지 못하는 그런 이상하고 별난 구석들을 영우가 가치 있고 아름답게 생각하라고 얘기해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배웠습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또 포용하면서 힘차게 내디뎠던 영우의 발걸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습니다"

   

0.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될 수상소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캐릭터를 연기한 박은빈 배우가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박은빈 배우의 수상소감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틀림과 다름의 차이에서 더 나아가, 다채로움이라는 가치를 언급한 부분이었고,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수긍하고 또 포용하자’는 부분에서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는 한국사회와 조직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사회의 다양성은 최근 일광수산 횟집 앞의 사진 한 장으로 상징되고 있고, 우영우 세계관 과의 간극은 그자체로 우리에게 과제처럼 느껴진다.

   

1. DEI에 대한 담론의 변화, 강조되는 이유

조직 내 다양성에 대한 담론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무렵인 2009년 전후로 그리 오래되진 않았다. 사업의 글로벌화로 인해 현지에서의 사업수행 역량 강화라는 과제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기업 내 인재의 다양성 관리가 외부 고객과 상품의 차원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DEI(Diversity 다양성, Equity 평등, Inclusion 포용)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기 시작했다. 이후 포용성 높은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개선해나가기 위해서 CDO(Chief Diversity Officer, 다양성 관리 최고 책임자)를 임명하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인사전략과 연계하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진행되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엔 ESG경영 중에서도 Social(사회)영역에 DEI가 핵심적인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 다양성의 본질은 ‘모든 사람들을 개인 그 자체로'(as individuals)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다. 다양성의 범주는 인구통계적 차이, 능력의 차이, 가치지향이나 심리적인 차이를 모두 포괄한다. 한국의 기업들은 경우 최근들어서 세대간 갈등이나, 젠더문제가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기회 평등에 관한 법규 차원에서 장애인 고용이나, 가족친화적인 정책에 중점을 두는 정도로 법규 준수차원에 머무르거나 일부 산업군에서 여성임원의 비율과 기업 성과의 인과관계를 강조하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의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여전히 글로벌 투자 관점에서 구색 맞추기 용으로 DEI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긍정적 고객 경험, 정서적 연대 형성을 통한 브랜드 인식에 기여하거나 다양한 시각에서 시장과 이슈를 분석해서 창의적인 대응방안을 찾아내는 사례는 많지 않다.   


facebook 페이지 : The Elephant in the Room



DEI 컨설팅을 하는 Arthur Chan이 쓴 글이 페이스북에 밈으로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젠 DEI+B까지 붙었다. 의역해보자면 아마도 이런 뜻이다.


'다양성'은 우리 조직에 누가 있는지 아는 것이고,

'평등'은 조직을 참여를 통해 동등하게 만드는 것이고,

'포용'은 모든 구성원들이 존중받고, 통합되고, 성공하도록 보장하는 것이고,

'소속감'은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개인 그 자체로 인정받고 있다고 믿는 것.   


2. 2022 넷플릭스 DEI보고서

넷플릭스는 2017년부터 포용성을 조직문화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로 추가하고 포용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포용성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인식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넷플릭스의 자유과 책임의 문화에 대해 많은 글들이 쓰여졌지만, ‘다양성과 포용을 결합할 때 혁신하고 창의적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열어준다는 것’이고 '이것이 집단사고(group think)을 깨뜨려서 현재와 미래의 고객들에게 더 나은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일들을 포용전략팀 혼자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모두의 기여가 필요하고, 포용성을 염두에 두고 회사 내부 및 외부의 모든 문제, 의사결정을 검토해나가는 것을 ‘포용성 렌즈’라는 개념을 창안하고 활용하기로 한다. 포용성 렌즈를 반영한 질문은 가령 이런 것들이다. “여기서 직원들 중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누락되었을까요?”, “우리는 이것을 진정으로 묘사하고 있나요?”

엊그제 4월 29일 공개한 2022 포용 보고서(Inclusion Report)에서 넷플릭스는 첫 번째 포용보고서에서 밝혔듯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떠날 것이기 때문에 포용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 가지 스냅샷들을 공개했는데 성별 정체성 전반에 걸친 구성원의 비율과 리더십을 비율, 인종(민족)적 다양성을 공개했다. 특히 채용 프로그램에 포용성을 반영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면접, 보상, 온보딩(적응지원), 피드백, 성장 및 개발, 다양한 커뮤니티 지원를 포함한 모든 시스템에 포용이라는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혼인 여부, 성별, 성정체성에 관계없이 직원을 위한 성별 포괄 육아휴직 및 가족 형성 지원을 해나가고 있고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치료, 정신건강지원을 보장한다. 2021년 이전까지는 흑인 및 아이시인만 비교했던 방식에서 둘 이상의 다인종 정체성을 가진 직원을 식별하는 범주를 추가하기도 했다. 그 이유는 ‘구성원들의 생생한 경험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는 2년마다 제작하는 컨텐츠에 대해서도 이 같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넷플릭스 영화 및 시리즈의 주연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성평등 비율이라거나, 주요 역할에서 유색 인종의 대표성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카메라 뒤에 감독이나 크리에이터, 작가의 여성 비율을 추적 조사하고 있으며 나아가 넷플릭스 프로덕션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감독, 프로듀서, 작가, 시각 효과 아티스트 등을 교육하고 양성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Netflix Global Gender Identity (Director Plus) 2021-2022
Netflix US Race/Ethnicity (All Job Levels) 2021-2022


3. 중요한건 계속해서 추구해가는 마음
한국 기업 가운데에서도 비혼을 선택한 임직원에게 기혼 직원과 동일하게 축의금가 유급휴가를 주거나, 반려동물이 있는 구성원에게 '육아수당'처럼 '반려동물 수당'을 지급하거나, 반려동물 사망 시 유급휴가를 쓸 수 있게 지원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변화의 방향과 지향점은 명확하다, 중요한 것은 방법과 속도다.

넷플릭스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기반 구축을 완료하지 않았습니다. 할 일이 훨씬 더 많습니다. (...) 이 모든 작업은 우리가 업계의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관점을 듣고자 한다면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립적인 시기는 끝났고 용기 있는 시기가 필요합니다. 이 작업은 완벽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겸손과 취약성, 그리고 배우는 것만큼이나 배우지 않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이 일을 제대로 하려고 계속 노력한다면 평등의 새로운 계절이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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