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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y 12. 2023

당신이 일터에서 만난 빌런들

1. 지금까지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중에서 나와 합이 잘 맞았거나, 안 맞았던 사람들을 떠올려 볼까요? 아마도 잠깐 스쳐가듯 협업했는데도 이상하게 쿵짝이 잘 맞았거나, 오래 협업을 해도 이상하게 계속해서 삐걱거리거나 갈등이 생겼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실 겁니다. KAI (커튼 적응-혁신 이론, Kirton Adaption-Innovation) 이론에서는 이런 차이를 그 사람과 나의 문제해결 스타일의 차이가 하나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서 나(Adaption 적응형)는 시스템틀 안에서 효율을 높이거나 구조가 갖춰진 조직에서 꼼꼼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점진적인 개선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데, 상대방(Innovation 혁신형)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틀을 깨는 새로운 방법을 찾거나, 큰 그림을 보고 일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문제를 재정의 하려는 경향이 강한 상황입니다. 이런 경우 나는 상대방을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상대방은 나를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2. 오늘은 이런 스타일의 차이를 넘어서서 제가 관찰해왔던 빌런들의 공통된 행동특성과 그 원인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정의내리고자 하는 빌런은 마치 ‘썩은 사과’ 한 알이 박스 전체 사과를 썩게 만드는 것처럼 ‘조직 전체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사람’ 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났을 때는 협업에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시거나 가급적이면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전략을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3. A 답정너 형 : 조직의 성과가 곧 리더인 나의 성과라고 믿는 사람

인텔의 CEO였던 앤디그로브는 리더(조직장)들은 레버리지가 높은 활동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만 제대로 잘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첫 번째는 빌런은 레버리지가 낮은 활동에 초점을 맞추는 조직장입니다. 꽤 많은 조직장들은 실무에 매달려서 조직장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매니징을 못하거나,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구성원들을 마이크로매니징을 하기도 합니다. 왜 이런 행동들이 나타나는 걸까요? 많은 조직장들이 조직의 성과와 조직장으로서의 성과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성과의 총합이 조직장의 성과라고 인식하게 되면 구성원들의 성과를 하나하나 챙겨야 하고, 조직구성원들은 내가 통제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이런 경향이 강해지면 구성원들은 조직장을 답정너, 카리스마가 지나친 지휘자나 감독관같은 역할로 인식하게 됩니다. 조직장의 성과는 조직구성원들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통합과 정렬, 직무설계, 조직세팅, 사람선발)하는데 있습니다. 내 일을 대신하거나, 의사결정을 해주는 조직장에 대해서 구성원들은 결코 고마워하지도 않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도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창출한 성과의 총합이 나의 성과라고 인식하는 태도는 경계되어야 합니다.


4. B 일희일비 형 :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 중에 날씨처럼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때때로 그 동료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죠. 오늘은 맑을까? 흐릴까? 살피다가 문득 왜 그러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 유형의 빌런들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예측하고 계획을 그대로 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난번 일잘러의 특징에서 말씀드렸던 ‘통제력을 높이는 것’의 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가 직접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결과에 연연하는 사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은 낮아지게 됩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가정하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통제할 수 없는 범위에 집중하면 내가 하는 행동과 관계없이 일희일비하게 되고 동료들에게 이러한 감정이 쉽게 노출되며 전이됩니다. 일희일비하는 태도는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인식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에는 그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실제로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은연중에 성공이나 실패로 규정해버리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예기치 못하게 발생하는 새로운 상황에 편승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기회들을 지나쳐버리게 되고, 무행동(inaction)상태에 쉽게 빠지고 맙니다. 실패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빨리 실패하고, 이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면 작은 성공들을 쌓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5. C 니탓이오 형 : 외재적 동기가 너무 강한 사람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있습니다. 내재적 동기가 일의 즐거움, 의미, 성장에 관심을 쏟는 것이라면 외재적 동기는 정서적 압박감이나 경제적 압박감, 타성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빌런들은 내재적 동기보다 외재적 동기가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재적 동기가 높으면 계획에서 벗어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응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을 저해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외재적 동기가 높은 빌런들은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사내정치에 집착하거나, 일이 잘못되면 남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하게도 현대 조직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결국 서로가 직무의 고객인 셈이죠.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때 빌런들이 택하는 손쉬운 전략은 남탓을 하는 것입니다. 남탓은 일반적으로 자기합리화나 회피전략의 일종입니다. 남을 탓하면서 마음은 편안해지겠지만 ‘그 사람들은 원래 그래’로 생각이 끝나버린다면 부정적인 믿음만 더 강해지는 것이죠. 


6. 빌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남을 탓하는 것을 비롯해서 빌런들의 행동이나 태도들은 매우 즉각적이고 전이도 잘 일어납니다. 혹시 내가 속한 집단에서 이런 패턴들이 일어나고 있다면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빌런은 왜 탄생하고, 더 강해지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러한 행동을 할 만 하고, 해도 되는 구조적인 측면 때문일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겠지요. 빌런퇴치는 성과평가, 피드백 프로세스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시스템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면 개인레벨에서 이런 빌런들과 소통하고, 협업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들의 감정에 공감("아이고, 많이 답답하셨군요") 할 순 있더라도 동의("그러게요. 그 사람들 정말 이상하네요.")하는 것은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의하는 순간 빌런의 행동이 정당화 되고 더 강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내 일의 고객들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끔, 어떻게  환경을 조성할 것인지 '변화대화'(자신이 뭔가 할 수 있다는 쪽의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화대화를 유도하려면 반영(reflection)과 열린질문(open question)을 많이 쌓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 “많이 속상하셨군요” /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미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셨을 것 같아요. 혹시 그 중에 어떤 게 조금 도움이 됐어요?" / "혹시 우리가 좀 더 시도해볼만한게 있을까요?") 그리고 빌런으로 부터 빼앗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동료들을 꼭 가까이 두시기 바랍니다. 빌런을 상대하려면 에너지관리는 필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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