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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r 21. 2023

'학교 폭력'과 '교사 간 위계'의 상관성에 대하여

더글로리가 개운하지 않은 까닭 : 선생님들은 왜 다 그 모양인가?


더글로리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겠다. 더글로리는 너무나 친절하게 그 폭력을 일깨워주고 또 속 시원하게 복수하고 있기에 더글로리에서 담고 있는 폭력들을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내가 더글로리를 보면서 한 가지 개운하지 않았던 장면들이 있다. 

  

문동은이 담임선생님에게 2차 가해를 당하는 장면이다. 담임선생님은 개방된  교무실이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말한다. “친구들끼리 장난을 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학교 폭력을 당하는 건 너도 문제가 있는 거야” 도대체 주변에 선생님들은 이 말이 들리지 않는 건가? 어떻게 교무실에서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다행히 문동은에겐 보건선생님이 있었다. 보건선생님은 긴 시간이 흘러 정의를 구현하는데 동참했지만 당시에 문제를 해결할 순 없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학교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가능한 이유는 학교라는 폐쇄된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결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지 않던가? 보건선생님은 긴 시간이 흘러 부채감을 가진 조력자가 되어야만 했다.


넷플릭스 : 더글로리



학교폭력이 줄어들 가능성은 참여에 기반한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결정한다.


나는 한때 교사를 꿈꾸는 예비교사였다. 나는 어린 시절 선생님이 되면 300명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고, 그 학생들이 가정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소통을 하다보면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 안에서 1,000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임팩트를 미치는 작은 시민단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는 순수한 예비교사였다. 그 꿈을 간직하면서 좋은 대안학교나 혁신학교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한번은 2000년대 후반에 혁신학교로 유명해져 PD수첩에 까지 소개되었던 남한산 초등학교에 견학을 간적이 있었다. 당시 혁신학교는 공교육이지만 대안학교의 교육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공교육개혁의 상징이었고 그 효과성에 관한 연구도 꽤나 활발했다. 많은 언론에서 혁신학교가 실행했던 교육적인 성취나 컨텐츠에 관심을 가졌고, 나 역시 그런 기대감으로 학교를 방문했다. 하지만 내가 남한산 초등학교에 가서 들었던 이야기는 다소 의외의 것들이었다. 그것은 아래에 소개된 교사들의 참여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것이었다. 


경기도교육청 안순억 장학사는 남한산초등학교 교사 시절을 되돌아보며 이렇게 적었다.

"생각해 보자. 교육청, 교장, 교감, 교사로 이어지는 획일과 통제의 관료적 풍토와 아이들을 관리 대상으로 보는 관행이 지배하는 학교 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어떻게 자율과 창의를 중심에 둔 교육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역시 남한산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던 성남 보평초등학교 서길원 교장 또한 새로운 교육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꼽는다. 일반 학교에서 의사결정은 주로 교장, 교감, 교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체계다. 하지만 남한산초등학교는 교사 회의를 통해 대부분 내용을 의논하고 결정하고 실천한다. 교장도 교사회의 의견을 존중하는데 자신도 한 사람의 교사로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낸다. 교사들은 학급에서 일어난 일들을 공유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답을 찾는다.
*출처 :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55868


“1주일에 1번 진행되는 교사의사결정협의체는 남한산초등학교만의 특징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기구다. 보편적으로 타 학교에서는 1달에 1번 정도 진행되는 교사의사결정협의체는 남한산초등학교에서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한산초등학교 교사는 “매주 월요일마다 교사의사결정협의체가 열린다. 퇴근시간을 넘겨서까지 할 정도로 교사들이 열의를 보이는데, 자발성이 강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중략) 남한산 초등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 모두가 만들어가는 학교다. 협의문화가 특히 잘 되어 있는데, 이러한 문화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www.igimpo.com/news/articleView.html?idxno=64142



교사의 자기결정권과 민주적 조직문화가 보장된다면?

동화속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가? 나는 지금 15년 전 공교육혁신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옛날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한다. 대학 4학년 교생실습이 있기 얼마전 교육학 수업 중이었다. 교수님은 수업 중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스승의 날에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주는 관행이 있는데 이것은 적절한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는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야 한다. 이것은 말처럼 쉬울까?” 이젠 김영란법으로 이 질문이 다소 시대착오적인 질문이 되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아마도 교수님께서는 예비교사로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바로세우고,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무력해지기 쉬운 현실에 대해서 잠깐이나마 직면하게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학교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위계적인 공간이다. 학생A - 학생B - 학생C (...) - 비정규직 선생님 - 각 과목별 선생님 - 담임선생님 - 학년주임선생님 - 부장선생님 - 교감 - 교장으로 이뤄진 피라미드 구조에서 학생은 가장 낮은 지위를 차지한다. 나는 당시에 남한산 초등학교의 의사결정프로세스가 학교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감소시키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을 갖고 있다. 선생님들 사이에서의 위계적인 조직문화를 걷어내고 채워야 할 것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선생님과 학부모가 민주적 거버넌스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만약 선생님들의 조직문화가 위계적이지 않다면 부조리에 대해 그들끼리 눈감는 일은 줄어들 것이고, 학교폭력이 설사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가 곪아서 큰 상처로 남기 전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더 생길 것이고, 따라서 상처는 조금 더 빠르게 아물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해결과정을 모두 보고 있을 학생들에게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신호로,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생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교직사회의 위계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여전해보인다.
‘근무 중 직원들과 술판에 갑질까지’ …초등학교 교장 징계 착수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0813/96943159/1
'정신 나간 중학교 교장' 코로나19 사태에…강제 회식에 갑질까지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0031273567

“죽고싶을 만큼 괴로웠어요” 공감능력 결여된 학교갑질 현장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19250


넷플릭스 : 더글로리


윤석열 정부가 3대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말하고 있다. 다른 것도 명확하지 않지만 교육개혁은 더욱 더 명확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교실과 학교는 그 어느 공간보다 정치적으로 투명한 공간이다.


교육개혁을 말하고 싶다면 나는 좀 더 미시적인 부분에 힘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장이 바뀐다고 그에 휩쓸려 이리 바뀌고, 저리 바뀌는 조직문화가 아니라 구체적인 현장의 모습과 장면들을 바꿔낼 시스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020년 국방부는 병사들이 일과 후에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끔 허용했다. 휴대폰 사용에 대한 갑론을박이 인터넷상에 올라왔고,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다. 2,3년이 지난 지금. 군대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게 됨으로서 얻게 된 순기능은 따로 있다. 군대내 폭력과 가혹행위, 악습, 군무이탈, 부조리가 줄었다는 통계다. 문제의 해법은 아주 가까이에 있다. 학교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의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교사가, 그들의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거라는 신뢰, 연결감이 느껴져야만 한다. 학생들은 이것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 지 공기처럼 감각적으로 느낀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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