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지 성장클럽 유정식 대표 강연후기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2157
얼마 전 가인지 성장클럽에서 인퓨쳐컨설팅의 유정식 대표님의 “튼튼한 조직문화 어떻게 만들까?”라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쓰시거나 번역한 책들도 참 좋아하지만 특히 유정식 대표님이 코로나가 심할 때 쓰신 “일이 끊겨서 글을 씁니다”라는 에세이책을 참 좋아하는데요. 유정식 대표님은 조직문화를 ‘조직문화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그 기준에 대해 구성원들이 가진 암묵적 가정들의 총합’이라고 정의합니다. 더불어서 성과가 좋아야 조직문화에 신경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가 좋아야 조직성과가 향상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사례에 기반해서 조직문화에 대한 강조점을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아마존의 리더십원칙이 단순히 키워드 수준이 아니라 각각 상세하게 정의되고 행동양식에 적용되어서 살아 움직이게끔 설계한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개발한다고 했을 때 바레이저라고 하는 인터뷰어를 육성하고 5~7명의 인터뷰어가 일대일 인터뷰를 실시하고 문서화하는 과정을 운영한다거나, 고객에 대한 집착과 행동을 우선으로 하는 원칙은 PPT위주의 보고를 철폐하고 충분한 이해와 숙의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발전한 내용이 인상 깊었네요.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조직문화의 DNA는 무엇일까요? 유정식 대표님은 문제를 노출시키는 문화,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문화라고 강조합니다. 공감가는 내용이어서 밑줄을 쫙쫙 그었네요.
관련해서 소개해주신 사례와 아티클을 좀 더 찾아보면서 정리한 인사이트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실패를 허용하라 왜?
몇 년 전부터 애자일(agile)한 조직문화가 IT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습니다. 2000년부터 애자일을 한국에 소개한 전문가인 김창준 코치는 애자일의 가장 핵심이 되는 씨앗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고객에게 매일 가치를 전하라”라고 말합니다. 이는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 어떻게 보다 일찍, 그리고 자주 가치를 전할 것인지? 무엇이 가치이고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가치를 만드는 일인지? 우리가 정말 가치를 전달하고, 고객은 정말 가치를 얻고 있는지? 등을 계속해서 메타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러한 애자일의 철학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에서 효과를 더욱 발휘합니다. 애자일을 더욱 잘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조직들이 조직의 행동규범(Code of Conduct)으로 삼고있는 것 중 하나가 ‘실패를 허용하라’ 입니다. 이러한 원칙은 역설적으로 실패가 치명적일 수 있는 의료산업과 항공산업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실패’를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던 것이죠. 오늘은 실패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하는 관점과 프로세스를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실패에도 스펙트럼이 있다.
‘실패를 허용하라’는 말은 '모든 실패는 나쁘다'는 실패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은 많은 경영자들이 실패를 나쁜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실패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고, 때로는 불가피할 때도 있고, 때로는 좋을 때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실패 이유의 스펙트럼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탈-부주의-능력 부족-프로세스가 부적절함-안정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태스크-지나치게 복잡한 프로세스-불확실성이 커서-가설을 검증하기 위해-탐색적으로 테스트하는 과정” 당연하게도 뒤로 갈수록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겠죠. 이러한 스펙트럼을 고려한 다음, 조직의 실패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실제로 비난받을 만한 것인지 추정해보라고 하면 경영자들은 대개 2~5% 응답한다고 말합니다.
손가락질을 멈춰야 한다.
그래서 에드먼슨은 실패를 가시화하고 실패로부터 배우기 위해서는 비난게임(blame game)에서 벗어나 편안함과 책임감을 느끼는 문화를 만들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누가 그랬는지”가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실패로부터 배우는 지혜에 대해서는 딱히 논쟁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이를 잘 실현하는 조직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구글은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 ‘포스트모템’(사후부검 : Postmortem)이라는 실패에 대해 깊게 회고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데요. 구글에서 소개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포스트모템은 “실패를 문서화하고, 모든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특히 재발 가능성 또는 영향을 줄이기 위한 효과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포스트모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비난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고에 관련 모든 사람은 선한 의도를 갖고 있었고, 그들이 가진 정보로 올바른 일을 했다고 가정합니다. 잘못된 일을 한 개인이나 팀을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문화가 만연하면 사람들은 처벌이 두려워 문제를 은폐하게 된다”고 강조합니다.
포스트모템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포스트모템은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작성합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작성자, 현재 상태, 실패 내용 요약, 실패로 인한 영향, 핵심적인 원인, 트리거, 해결방법, 문제발생 감지 및 대응, 조치한 액션들, 교훈(잘 된 것, 잘못된 것, 운이 좋았던 것) 그리고 타임라인을 첨부합니다. 이렇게 포스트모템 초안이 작성되면 선임 엔지니어 그룹에 공유하고 리뷰를 요청합니다. 이때 리뷰의 기준은 이런 것들입니다.
✅ “다음세대 구성원들을 위한 주요한 데이터가 수집되어 있는가?”
✅ “임팩트에 대한 평가가 있는가?”
✅ “근본적인 원인이 충분히 심층적인가?”
✅ “실행 계획이 적절하고 그에 따른 오류 수정이 적절한 우선순위에 따라 이뤄졌는가?”
✅ “관련된 이해관계자와 결과를 공유했는가?”
초기 검토가 완료되면 더 큰 규모의 엔지니어링 팀이나 내부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더 광범위하게 공유하게 됩니다.
의도를 갖고 지속적으로 문화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문화를 갖는다는 것이 구글이라고해서 마냥 쉬운 것은 아닙니다. 구글에서도 단순히 경영진이 장려한다고만 해서 되는 것은 아니며 지속적인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구성원들 스스로가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데요. ‘뉴스레터를 통한 이달의 포스트모템을 전체 조직과 공유.’, ‘포스트모템 그룹을 조직해서 내, 외부 사례를 공유하고 토론하기’, ‘포스트모템 독서클럽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새로운 구성원들과 열린 대화 나누기’, ‘가능한 한 실제와 같은 역할극을 재현해보기’ 같은 것도 합니다.
오늘은 실패가 어떻게 조직의 근육이 되는지에 대해서 사례에 기반해서 관점과 원칙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문화나 제도에 대해서 고민할 때 단순히 외형을 참고하는 것이 아닌, 그러한 문화나 제도를 의도하게 된 가정이 어떤 것인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조직은 사람과 조직, 성과에 대해서 어떤 가정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