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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자일코치 Jul 25. 2022

애자일스럽게 대화하기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 대화의 시작, 들어주기


대화라는 단어에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말하기입니다. 하지만 대화는 말하기가 아닙니다. 대화는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이 있으셨을 듯합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언가 쏟아 내서 말을 하고 싶은데 마땅히 그럴 만한 대상이 없는 경우, 대나무 숲이라도 찾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막상 그 대상을 찾아 한참 동안 대화를 했지만 더 답답해진 경험도, 상대방은 아무 말도 안 한 거 같은데 내 속이 후련해지는 경험도 있으실 듯합니다.


여기에 대화의 비밀이 있습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도 속이 답답한 경우라면 상대방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 아니라 아마 당신의 잘못을 고치려 했을 것입니다. "에이 그건 아니 지", "설마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니야.. 네가 오해한 거야" 등등... 나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내 감정을 더 상하게 만들어 꽉 막히는 도로에서 깜빡이도 안 켜고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를 만난 듯 더 화가 나는 느낌을 느낄 수도 있고, 내 말에 집중해 주고, 내 감정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대화 상대를 만나면 체기가 가신 듯 속이 시원해 짐을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대화를 잘하는 방법은 들어주기와 공감하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듯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다음에 내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 ‘잘못된 것을 고쳐 줘야 하는데’, ‘에이 이런 사소한 일로 매번 날 귀찮게 하는 군' 하는 등의 수많은 생각들로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이는 대화를 시작할 때 본인이 잘 못한 일이 있으면 “내 말 좀 들어봐”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분명 본인이 잘못한 것을 알지만 나름 억울한 것이 있다는 본인만의 의사표현입니다. 만일 이때 제가 나는 네가 어제 한 일을 알고 있어 하는 생각을 하면서 “너 또 뭔가 잘못했구나” 하고 답을 한다면 이 대화는 바로 끝나게 됩니다. 아이는 아빠가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닫아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래 무슨 일 인지 궁금하네” 하고 답을 한다면 이 대화는 이미 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 해도 아이의 눈과 입을 보면서 들어주기만 해도 됩니다. 그리고 “그랬구나”, “이런 서운 했겠다” 이 정도 추임새만 해 주면 되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부부나 연인 간의 대화도 비슷합니다. 처음에 사랑에 빠져서 꿀물이 떨어질 때는 상대방의 이야기가 별것도 아닌데 귀 기울여 듣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냥 건성으로 듣기 시작을 하고 그러면서 둘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오래된 연인들이 습관적으로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묻고 하는 것이나, 부부가 아니라 전우애로 산다고 하는 부부들을 보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그냥 건성으로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답하고, 이런 일상의 반복이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게 되고, 왠지 옆에 같이 있어도 편안하지 않고 불안한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도 이런데,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는 어떤가요? 저에게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는데, 일에 몰입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면 일을 하면서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주 사무적인 이야기만 오갈 수밖에 없고, 어떤 경우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들은 것조차 잊고 지낼 때도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언제인가부터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제 자리 옆에 작은 의자를 준비하고, 누구든 말을 걸어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해 주려고 했습니다. 너무 일이 바쁠 때는 양해를 구하고 잠시 후 다시 오기를 청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이 작은 실천 하나로 저는 좀 더 많은 이해와 신뢰가 쌓여 간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듯이 우리는 대화를 하는 데 있어서 나의 생각을 말하기 이전에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훈련을 먼저 해야 합니다. 듣고 공감해 주기 훈련을 통해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내게 다가올 수 있게 만들어야 진정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합니다.



| 상처 주지 않게 말하기


말을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말만 많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습니다. 본인의 생각과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면서 본인은 말을 잘한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감정, 현재의 분위기, 함께하는 사람들의 많은 부분을 고려해서 말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의 이야기를 상대방에 잘 전달할 수 있을까요?


우리 모두는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쁨, 슬픔, 화남, 행복함, 외로움, 불안함 등. 이런 감정들은 내 본연에 깊은 곳에 있는 욕구에서 시작됩니다. 막히는 길에서 깜빡이도 안 켜고 무리하게 끼어드는 차를 보면 우리는 화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왜 화가 나는 것일까요? 상대방이 무례했기 때문입니다. 그 무례함 때문에 내가 존중받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무시받았다 생각되고 그래서 화가 나는 것입니다.


힘들게 일을 하고 늦은 시간 귀가를 했는데 모두 TV 드라마에 빠져서 반겨 주기는 커녕 눈도 안 마주치면서 “왔어” 하면서 건성으로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 서운하다는 생각이 드셨던 경험이 누구나 있으실 듯합니다. 이 서운한 느낌은 제가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드는 감정입니다. 아내가 따듯하게 저를 반겨 준다면 분명 저는 하루의 모든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겠지만, 강아지만 저를 반겨 준다면, 우리 집 강아지만 반겨 주고 사랑해 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저는 강아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하면 내가 지금 기분 나쁜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됩니다. 그럼 분명 싸움이 될 테니까요. 이때 내가 느끼는 것을 전달하는 방법이 좋습니다. “여보 내가 왔는데 아무도 안 반겨 주니 다른 집에 잘못 들어온 듯한 서먹한 느낌이 드네” 또는 “아무도 안 반겨 주니 어릴 적 같이 놀던 친구들이 집으로 모두 돌아가고 혼자만 남겨진듯한 외로운 느낌이 드네” 하고 말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예로 들어 한 말에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말은 한마디도 없습니다. 그저 저의 느낌과 감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충분히 저의 현재 상태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만일 “아니 가장이 집에 왔는데 뭐 하는 거야” 하면서 화를 버럭 냈다면 그 순간에 나의 감정은 존중받기보다는 바로 집안의 분위기마저 얼음 왕국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요? 제가 화가 나는 이유는 존중받고 사랑받지 못하기 때문인데 화를 내 버리면 그 어떤 것도 채워지지 않고 그냥 화가 더 크게 날 뿐입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한다면 가족들이 저의 서운함을 이해하려 할 것입니다.


내 감정을 억누르고 내면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합니다.



| 애자일스럽게 대화하기


애자일스럽게 대화하기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먼저 듣기에서 시작을 합니다. 회의 시간에 자기 말만 하는 팀장은 절대 자기가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전달할 수 없습니다. 모든 팀원이 귀를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제를 주고 고민하게 만들고, 고민한 것을 서로 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본인의 입장이나 생각은 아주 약한의 조미료 정도로 충분합니다. 팀장뿐 아니라 모든 팀원 모두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지적하고, 나의 변명을 찾고, 박박 할 준비를 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주위를 집중해 들어줘야 합니다. 이해가 안 되면 이해가 될 때까지 Why?를 질문하셔도 좋습니다. 그래야 상대방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심하실 것은 진심을 가지고 Why를 질문해야 합니다. 난 지금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진심이 없으면 깐족거리는 느낌이 들게 해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입니다.


말을 할 때 자기감정을 못 이기고 화를 내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 팀장을 이해하려 하고 있기보다는 이 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자신의 화가 났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느낌이 든다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대화를 할 때 상대를 비난하는 것보다는 내 안에 있는 느낌이나 감정을 전달하려는 노력들은 대화를 더욱 부드럽게 이끌고 서로에게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애자일스럽게 대화를 한다는 것은 존중을 기반으로 합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더 좋은 결과를 찾아내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대화를 한다면 정말 좋은 대화가 되지 않을까요? 일상에서의 대화나 일을 하면서도 기본적으로 내가 너보다 윗사람이야, 또는 내가 너보다 더 우월해하는 감정을 밑에 깔고 대화를 하게 되면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단기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기대 이상의 효과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 존중하는 대화를 통해 누구도 말할 수 있는 문화와 모두가 경청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분명 좋은 애자일스러운 대화가 여러분 안에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가 생각하시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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