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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자일코치 Feb 26. 2024

나는 애자일이 싫다! #2 악몽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많은 조직에서 애자일을 적용하는 이유로 첫 번째가 생산성의 향상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 애자일을 적용하면 순식간에 조직의 생산성이 증대될 것을 기대합니다. 애자일을 적용하면 빠르게 적용될 것이라는 오해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개발자들이 빠르게 달리는 것에 목표를 두고 쉬지 않고 100m 전력 질주를 하게 합니다. 개발자들은 번아웃이 오고 애자일 하면 마치 꿈에서 무서운 것에 쫓기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스프린트라는 것에 갇혀서 헤어날 수 없는 듯한 답답함으로 애자일을 싫어하게 됩니다. 그럼 정말 애자일은 생산성을 높여 줄까요, 아니면 단순히 빠르게라는 것으로 개발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일까요?


애자일 생산성의 근원은 개인의 자기 조직화부터 시작합니다.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고 있는 개인으로부터 시작을 하는 것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원리이긴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만들어 주고 동기부여를 해 주는 것이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돈으로 보상해 주는 것만으로 지식 노동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식 노동자에게는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스스로 가치를 인정하고 회사도 그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회사는 급여를 대가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개인도 그 이상의 일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므로 개인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애자일은 스타트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인가 함께 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사람(자기 조직화된)들이 모여 있는 조직인 스타트업 기업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자기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좋은 결과를 위해 뛰어가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해야 한다는 절박함 이상의 에너지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이런 에너지를 무엇으로 줄 수 있을까요? 절망적이긴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개인에게 조직이 동기부여를 해주는 방법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 왔지만 아직도 그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간단한 듯 보이지만 정말 어려운 방법입니다. 개인이 동기부여 되고 자기 조직화만 될 수 있다면 조직의 생산성은 자동으로 따라오게 될 것입니다.

자기 조직화되고 동기부여되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강조하게 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직원이 정해진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기보다는 정해진 그 수준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만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경주마처럼 채찍질과 당근으로 개인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으로는 생산성을 높일 수 없고, 당근의 보상은 매번 새롭고 획기적이지 않으면 조직원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일 수 없습니다. 애자일을 적용하는 것은 조직원들에게는 단순히 채찍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애자일을 싫어하고 효과를 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애자일을 적용하기 전에 회사는 많은 것들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조직원들의 동의와 회사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의 마인드를 바꾸고 평가와 보상에 대한 체계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애자일은 반드시 실패할 것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 중에 또 하나의 매력적인 방법은 스크럼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스크럼에서는 스프린트 단위로 작업을 하게 됩니다. 보통은 2-3주 정도 주기로 스프린트를 운영하게 되는데 적용을 해보면 정신없이 한 스프린트가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리더들 역시 짧은 주기로 결과물이 나오는 것에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스프린트 단위의 작업을 최악으로 표현합니다. 개발자들의 고유의 창의성이 파괴되고 짧은 기간 동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압박감으로 개발자들이 번아웃을 부추기는 도구로 말하기도 합니다. 개발자들도 마치 자신의 영혼을 스프린트에 갈아 넣어 작업하며,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하는 듯한 생각을 들게 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능력 있는 직원이 회사를 가장 먼저 퇴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 직원들은 목표 달성을 위해 남들의 몫까지 일을 하고 자신을 희생합니다. 그래서 더욱 빨리 번아웃 되어갑니다.

이것도 스크럼이 중요시하는 가치들이 배제되어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스프린트의 목표와 어느 정도 작업을 할지 조직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조직에서 이것을 수용할 수 없다면 애자일을 적용하면 안 됩니다. 조직은 개발자들을 신뢰하고, 개발자들은 스스로 정한 것에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못하기 때문에 또는 묵시적으로 이 정도는 달성해야지 않겠어하는 압박이 가해지는 순간 애자일의 중요한 가치는 훼손되어 최악의 악몽 같은 방법으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애자일을 매일 꾸는 악몽처럼 생각하는 것은 애자일이 가지고 있는 많은 중요한 가치들이 누군가의 의해 편집되고 악용되기 때문입니다. 생산성 향상의 도구로 애자일을 고려 중이시라면 저는 적용하는 것을 반대합니다. 애자일은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자기 주도적이며 협업과 소통을 통해 조직의 문화를 바꿔주는 도구로 인식해야 합니다. 생산성은 이러한 문화가 개선된다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부산물이 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통제를 목적으로 악용되는 애자일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애자일의 투명성이 주는 이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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