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자일코치 Mar 04. 2024

나는 애자일이 싫다! #3 숙제 검사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애자일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작업하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오픈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습니다. 스프린트를 시작할 때 모든 팀원이 모여서 해당 스프린트를 계획하게 되는데, 이때 스프린트 기간 동안의 모든 작업을 투명하게 공유하게 됩니다. 또 매일 아침에 데일리 미팅을 하면서 작업의 모든 현황을 공유합니다. 데일리 미팅을 해 보신 분이면 누구나 느껴보셨을 듯한데, 매일 아침에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분명 부담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게으름을 피웠거나 작업이 진도가 못 나간 다음날의 데일리 미팅에서는 팀에게 미안하면서 부끄러운 생각이 들게 만들곤 합니다.


그나마 스스로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괜찮은 일입니다. 조직에 따라서는 데일리 미팅이 일일 보고로 변경 운영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험을 예로 말씀드려 보면, 일 년 넘게 애자일을 적용해 왔던 기업에서 본인들이 잘하고 있는지 진단 및 코칭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각 팀 별로 작업 보드도 만들어 두고 열심히 관리하는 모습에 ‘아 그래도 일 년 넘게 해 왔으니 나름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각 팀 별로 데일리 미팅을 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공유해 달라고 했습니다. 모든 팀을 다 한 번에 볼 수 없으니 혹시나 어려운 점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데일리 미팅을 하는 영상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데일리 미팅이 아니라 일일 보고를 모든 팀이 공통으로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팀장을 중심으로 모두가 둘러앉아서 벽에 만들어 둔 작업 보드는 보지도 않으면서 팀장의 업무 지시를 얼마나 수행했는지를 파악하고 질타하는 자리였습니다. 팀장의 성향에 따라 웃으면서 업무 지시를 하는 팀과 약간 격양된 분위기의 고성이 오가는 차이가 있을 뿐 팀원들 모두는 숙제 검사를 받기 위한 자리라 모두가 불편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빨리 이 자리를 회피하기만 바라는 얼굴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작업 보드도 자세히 살펴보니 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몇 달 전에 만들어 둔 상태로 전혀 업데이트가 안 되고 관리가 되지 않는 작업 보드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위에서 하라고 하니 하는 흉내만 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애자일에서 데일리 미팅을 하고 작업 보드를 만드는 것은 작업의 투명성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지금 어떤 일이 하고 있는지, 팀원이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작업의 일정 및 작업량은 개발자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합니다. 팀장의 업무 지시와 그것을 완료했는지 여부로 성과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에서 운영되어서는 안 됩니다.


데일리 미팅에서는 개발자들 스스로가 자신의 작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태를 공유하면서 팀으로서 서로 협조할 것이 있는지, 업무 우선순위를 조정하거나 일을 하는데 방해 요소가 있는지 찾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팀원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투명하게 할 수 있을 때 데일리 미팅은 의미를 갖고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보고를 위해 하지도 않은 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하거나 주변 동료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투명하게 자신의 모든 것을 들어내고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서로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함께하고, 비난하기보다는 무엇을 도와줄지 방법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작업 보드도 매일 업데이트해서 현행화해야 합니다. 작업 보드의 목적은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목적이 아니라 팀의 일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너무 한쪽으로 일이 몰려 있다면 서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 줄 수도 있고,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서 성취감도 느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이 협업하는 모습이 그대로 작업 보드에 드러나게 됩니다.


애자일을 업무 성과 관리 목적으로 활용한다면 누구든 숙제 검사를 받는 듯한 압박감으로 애자일을 싫어하게 될 것입니다. 애자일을 적용하시고 싶은 조직의 리더라면 먼저 스스로의 마음의 변화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통제의 수단이 아닌 공유와 협업의 수단으로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글 목록>

나는 애자일이 싫다! #1 알잘딱깔센

나는 애자일이 싫다! #2 악몽

작가의 이전글 나는 애자일이 싫다! #2 악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