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비밀: 소통하기
정재용 | 애자일 코치 | AGIN
두 번째 비밀: 소통하기
애자일 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모두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 있는 현황판 앞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떠오를 듯하다. 애자일에서는 이것을 데일리 스탠드업 미팅(Daily Stand Up Meeting)이라고 일반적으로 부르는데, 매일 아침에 모든 팀원이 모여서 3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게 된다. 물론 요즘은 시대가 변화되어 벽에 포스트잇을 붙이기보다는 Jira 같은 도구를 더 많이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그렇다 해도 진행 방식에는 변화는 없다. 모든 사람이 어제 한일, 오늘 할 일 그리고 일을 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소를 갖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이 별것도 아닌 것 같은 일과가 기적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자일 코칭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다. 어떤 회사에서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 교육 및 컨설팅을 받고 한 팀에 먼저 시험 적용을 하기로 했다. 해당팀의 인원을 모아서 다음 주부터 애자일을 시험 적용하기로 하고, 데일리를 하겠다는 발표를 했는데 뭐 분위기는 예상한 데로 밝지는 않았다. 그런데 팀의 막내가 강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도 바쁜데 데일리를 하게 되면 매일 업무 보고를 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다는 말을 하면서 반대를 한 것이다. 애자일을 적용한다고 말하는 많은 회사들이 데일리를 일일보고처럼 활용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반대는 틀린 이야기도 아닐 것이다. 이전에 애자일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한 숙제 검사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장은 애자일의 원칙을 지켜서 적용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에 팀원을 잘 설득해서 진행하기로 동의를 얻었다.
애자일을 적용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팀의 데일리 분위기는 달라져 있었다. 팀 막내는 자신에게 맡겨진 일보다는 다른 선배들을 도와주는 업무가 주요 업무이다 보니 오너쉽을 갖고 있는 업무가 없어서 스스로 팀 내에 존재감이 떨어져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데일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공유하고, 그 일이 지연되면 다른 업무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되고 팀원들 모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인지하게 된 것이다. 또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은 데일리를 통해 공유하고 선배 팀원들이 도와주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 각자 알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협업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 것이다. 데일리는 이렇듯이 팀의 일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 수 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팀워크가 중요하게 생각되는 애자일은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팀으로 일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게 된다. 누가 잘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잘해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고, 팀의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리는 것이다.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하는 것은 팀원들 모두에게 큰 힘이 되고, 시너지가 나게 되는 것이다.
각 스프린트가 종료되고 회고를 하는 시간도 처음엔 어색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라 서로 눈치만 보게 되지만,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효과가 날 수 있다. 해당 스프린트 동안에 우리가 잘한 것과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서로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듣고 공감하고 중요한 의견은 더욱 발전적인 방향으로 확장하게 되는 과정이 개개인의 의견이 무시받는 것이 아니라 존중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팀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지게 된다.
두 가지의 간단한 예를 들기는 했지만 애자일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모두의 이야기를 동등한 입장에서 경청해 주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을 항상 먼저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안 되는 이유를 찾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지만,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훈련도 같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긍정적이고 상호 존중적인 이러한 소통을 통해 더 좋은 방법이 제시되고,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애자일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가 소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