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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Apr 08. 2022

지구 생태 환경 수업,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

 2019년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계속 쌓였던 사람들의 욕망의 결과가 21세기에 접어들어 도드라진 탓인지 아니면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팬데믹을 겪으며 경각심이 생긴 탓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구 환경, 생태’에 대한 주제가 현재 굉장히 각광받는 성격의 수업이라는 것이다. 그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비경쟁 독서토론 수업은 고등학생 친구들과 '지구의 생태 환경 주제'로 시작했다. 저번 주까지 주제와 관련 책으로 4차시 수업을 진행했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었다.

 

 원래부터 이 수업을 계획하며 마지막 수업은 책 내용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실질적인 실천방안과 해결방안들을 찾아보는 활동을 계획했다. 그래서 마지막 차시만 남겨둔 지난주 수업에서 아이들이 생각하는 기후 위기의 문제가 되는 원인을 토대로 세부적인 원인들과 결과를 정리해보는 활동을 했다. 그 결과물로 마지막 수업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씩 찾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생각보다 아이들이 찾아낸 원인들은 ‘생태계 파괴’, ‘대량 생산’과 같은 너무 커다란 주제 덩어리였다. 이 주제만으로는 도저히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찾을 수 없는 너무 ‘원재료’와 같은 것들, 지금이라도 살아서 펄떡거릴 것 같은 날 것들이었다. 분명히 이 주제들로 ‘문제 상황’을 발견하고 ‘해결점’을 찾긴 해야 하는데 도무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좀 막막했다. 물론 선생님 위주의 일방적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 위주의 참여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했다. 나는 분명 '로제 파스타'를 만들려고 준비해 갔는데 갑자기 '퓨전 짬뽕면'으로 바뀐다고나 할까? 이런 일을 빈번하게 겪지만, 아무리 경험해도 매번 적절한 해결점을 찾기는 너무 어려웠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수업 준비를 하며 계속 고민에 잠겼다. 그냥 안전하게 책 내용으로 마무리할까?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갈까? 처음 설계했던 대로 문제를 발견하고 실천방안들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선택된 주제들 역시 너무 막연해 정해진 시간 내에 아이들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문제 상황들이 잘 안 그려지다 보니 누구를 공감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솔직히 말하면, 기후위기, 지구 환경 파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지구 상에 살고 있는 동물들, 식물들인데 그들을 대상으로 공감하자니 너무 뻔한 이야기로만 흘러가지 않을지 걱정스러웠다. ‘일방적인 피해자’인 지구 상의 동물들과 식물들, 그들에게 인간은 “미안하다”는 슬픈 사과의 말 외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찾은 공감 대상지는 역시 인간이었다. 가장 공감하기 편하면서도 어려운 존재인 인간. 기후위기의 희생자이면서 가해자인 인간들이다. 그동안 인간들은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함께 사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무시하며 주인인양 과시하며 살았다. 지금에 와서야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감당하기 힘든 여러 가지 천재지변들을 겪고 있지만, 지구 상의 생명체 누구에게 이 고민거리들을 털어놓을 수 있을까? 역시 인간들이 배출한 ‘결과물’은 인간들이 해결하는 것이 옳다. 너무 큰 주제 앞에서 식상한 해결방법들이 나올 수 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 안에서 아이들이 지구에 대해 단 몇 분이라도 '지구 기후 위기'를 살펴보고 스스로 문제 해결방법을 도출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 그건 내가 처음 이 수업을 기획한 목표이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의 수많은 홍보와 책들을 통해 지구의 온도가 '6도'만 올라도 온 인류가 멸종한다는 사실을 안다. 문제는 그런 사실들을 어렴풋이 알지만, 여전히 과도한 온라인 쇼핑을 하고 편한 삶을 끊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사람들이다. 그냥 알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것과 지금 눈앞의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 방안을 직접 구상해 보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부른다. 2021년, 생태 환경’을 주제로 같이 프로젝트 수업을 준비하던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몇십 년 동안 똑같은 말, 방법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제 너무 지겨워요. 왜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걸까요?"


 이렇게 아이들과 많은 기후 생태 수업을 반복해도 우리 삶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거의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점은 정말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는 오늘의 마음부터 다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티끌만 한 마음의 움직임, 관심만 있다면 우리의 미래는 바뀌지 않을까? 이번 생태 환경 수업교재로 사용했던 <지구를 살리는 영화관(권혜선 외 4명, 서해문집, 2018)>은 마지막 4장에서는 독자들에게 수많은 질문들을 던지며 책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걸까? 또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싶은 걸까?'(p212) 온 인류의 수많은 질문과 마음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지구 미래는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덧붙이기: 참고로 오늘 우리 친구들은 너무도 잘해 주었다. 앵무새처럼, “재활용을 잘해야 해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아요.”라는 기계적인 대답이 아니라 기후위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특정 사람을 정해서 살피고 분석해서 놀랄만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반복하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지구를 지키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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