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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Apr 21. 2022

존중하는 말하기,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가끔은 책 제목만 보고도 무조건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 있다. 나에겐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강원국, 웅진 지식하우스, 2021>이 바로 그런 책이다. 강사로서 조금이라도 ‘수려한 말솜씨’를 갖고자 노력하던 때에 만난 이 책은 나의 그런 호기심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강원국은『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로, 이미 수많은 열정적인 독자들을 거느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실 행정관,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8년간 대통령의 말과 글을 쓰고 다듬었다. 저자는 특별한 경력으로 쌓은 '말하기와 글쓰기'의 노하우를 각 소통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번 책,  <어른답게 말합니다>에는 어떻게 하면 가장 쉬운 말로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할까 오랫동안 고민한 그의 고민들이 여실히 잘 드러난다. 그런 영향인지 책 속에 표현된 그의 문장과 표현들은 너무도 알기 쉽고 재미있다. 겸손하면서도 수더분한 분위기와 말투로 조곤조곤 그가 겪은 ‘말과 글’과 관련된 경험들을 편하게 들려준다.(적어도 내 느낌에는 그랬다.)


 ‘어른처럼 말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처음에는 이 문장이 신기했지만 잘 와닿지 않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의사소통을 했지만 말하는 행위에  깊은 의미를 두지 못한 탓이다. 저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가리켜 ‘제 나이에 맞는 말을 배우고 연습’(p6) 하지 못했다고 표현한다. 그저 '상황과 사람들에 맞춰 감정과 생각에 따라 말하고 대화'했을 뿐이다. 그래서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말도 자라야 하고 어른은 어른답게 말해야 한다’(p6)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어른의 말'은 ‘듣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p21)이 있고 ‘믿음’(p237)을 주며 ‘말한 대로’(p157) 자기 말과 생각에 책임을 지는 말이다. 한마디로, 그는 어른이 어른의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걸맞은 말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꼭 ‘말하기’에 관심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은 꼭 읽어볼 만하다. 말하기와 글쓰기를 수년간 해온 달변가로서 자신의 의견을 잘 전달하려는 현대인, 직장인이 원하는 고민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이 책의 각 장에는 마음으로 말을 듣는 진정성 있는 청자의 태도부터, 배려하는 말,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는 대화법, 일터에서 유용한 전략적 말하기와 보고 법, 재미에 의미를 더하는 법, ‘인싸’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말하기, 말실수를 줄이는 노하우, ‘꼰대’가 되지 않는 대화법까지...... 드러내고 묻기는 어렵지만 꼭 알고 싶은 알찬 삶의 지혜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말을 잘하고 싶고 사람들 앞에서 울렁증이 심한 사람들이라면 꼭 밑줄을 그으며 읽고 싶은 내용들이다.


 그는 중고교 시절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고, 울렁증이 심했다고 고백한다. 그런 콤플렉스를 극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말은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 역시 그런 노력으로 마침내 훌륭한 강사이자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저자는 꼭 ‘모든 말을 다 잘할 필요는 없다’(p242)고 말한다.


 모든 말을 다 잘하려고 하지 말자.

 그런 욕심을 내려놓자.

 잘하는 걸 잘하면 된다.

 잘하는 게 하나만 있어도 된다.

 우선 잘하는 것부터 하고, 하나씩 넓혀가자.

 하지만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되지 말자.


 그는 모든 사람들에게 한 가지 정도는 ‘잘하는 것’이 있고 그 장점을 토대로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넓혀 가면 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는 그가 그동안 익히고 배웠던 말하기와 글쓰기 노하우도 가득하다. 그와 더불어 그가 그동안 겪었던 실패담과 속내도 솔직하게 표현되어 더 정겹다. 지금의 저자는 ‘말하기와 글쓰기’에서 너무도 성공한 사람이지만, 그의 눈과 마음은 언제나 서툴고 소심한 독자들을 향해 있다. 그런 그의 배려가 따뜻하고 고마워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이 책에는 좋은 문구, 표현들이 가득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은 현실을 만들어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다 말을 늘려서 발음하면 ‘마알’이 되는데, 마알은 마음의 알갱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말이 마음의 알갱이란 말이다. 말은 곧 자기 생각과 마음이다. 말이 바뀌면 생각과 마음이 바뀌고, 생각과 마음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현실이 바뀐다. 모든 것이 말한 대로 된다. (p157)


 처음에는 ‘어른답게 말합니다’의 제목에 끌려서 읽었고, 책을 읽는 도중에는 저자가 말하는 ‘멋진 스피치 방법’에 줄을 그으며 읽었다. 마지막에는 ‘어른답게 말하며 사는 방법’을 고민하며 책을 덮었다. 사람에게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고 내세우기보다는 숨는 것을 좋아하는 소심한 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제대로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이고 어른답게 말하며 품위 있게 늙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면 좋을까. 아무래도 바로 사용할 만한 지식들이 가득 담긴 실용서인 만큼 빠른 정보만 콕콕 빼먹고 싶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적합할 것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이 책의 부제처럼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를 하고 싶은 어른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책이다. 당신은 어른답게 말하고 있는가? 느닷없는 이 질문에 강한 호기심이 생긴다면 우선 도전해 보시라. 아마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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