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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Apr 28. 2022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다시 꿈에 도전하라고 부추기는 소설

다시 꿈에 도전하라     


 나이를 먹을수록 꿈은 다른 색깔을 띠며 다가온다. 어릴 때 꾸었던 꿈은 찬란한 노란 빛이었다. ‘꿈’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항상 눈부신 햇살이 생각났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마법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의 장벽에 부딪혀 화사하고 아름다웠던 꿈들은 점점 쪼그라들었고 초라한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꿈이 뭐예요?”라는 말을 듣기도 쑥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예전에 가졌던 꿈들이 마음속에서 서서히 말라비틀어진 채 먼지처럼 흩어지고 있다. 이제는 세상의 시선과는 별개로, 스스로 ‘이미 늦었다’라는 생각으로 기존의 꿈을 불태우고 소멸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 같은 사람에게 다시 한 번 ‘꿈을 가지라’고 희망을 속삭이는 소설이 있다. 이미예의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 2020)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사람들을 ‘꿈’의 열풍으로 몰아넣었다. 자기계발 책이 아닌 소설이 사람들로 하여금 꿈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점은 놀라운 일이다. 따지고 보면, 이 작품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는 과정도 꿈과 같다. 작가는 불특정 다수 대중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에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로 첫 소설을 발표했고 후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 소설은 다시 <달러구트 백화점>이라는 이름으로 출판하면서 출간 즉시 3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 소설은 작가 지망생들의 꿈, 성공 신화와 같은 소설이다. 리뷰도 흥미롭다. ‘다 읽기도 전에 추천하고 싶은 마음에 별점 먼저 남기고 간다’, ‘다 읽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천천히 아껴가며 읽고 있다’, ‘판타지 소설인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등등 칭찬 일색이다.      


 세상에는 꿈과 희망을 말하는 책들은 허다하다. 그런데 유독 이 책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을 읽어 보면 ‘해리포터’와 같은 기구한 운명을 가진 주인공도, 가슴 절절한 등장인물들의 로맨스도 없다. 제목 그대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꿈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품 속 인물들이 경험하는 짠내나는 현실 속에서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힐링을 주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숨겨두고 묵혀 두었던 사람들의 꿈들을 자꾸만 건드린다.     


 꿈은 다양하다. 잠자는 동안에 꾸는 꿈도 꿈이요,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도 꿈이다.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낮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망상도 꿈이라 부를 수 있다. 소설은 사람들이 밤에 꾸는 꿈들을 파고 산다는 설정으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게 만든다. 꿈은 감정의 찌꺼기들이 아니라 또 다른 보물이다. 작가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p18) 라는 내용으로 꿈의 소중함을 피력한다. ‘미래에 몰두하는 첫째 제자’,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둘째’, 마지막으로, 셋째가 차지한 시간은 현재도 아니요, ‘모두가 잠든 시간’이다. 셋째가 선택한 꿈의 시간은 ‘연약한 이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p22) 주었고, ‘경솔한 이들이 잊지 말았어야 할 것들을 이튿날 아침 다시 떠올리게 도와주었’(p23) 다. 이 셋째의 후손이 바로 ‘달러구트 백화점’의 사장, 달러구트이다. 그는 꿈을 사람들에게 팔며 자는 동안 힐링을 선물한다.     


 하지만 단지 힐링만으로 가득 찬 소설이었다면, 독자들이 이렇게까지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 제일 처음, 달라구트 백화점의 꿈의 세계로 초대한 사람은 달러구트가 아니라 주인공 페니였다. 그녀가 가진 취업에 대한 현실적인 꿈은 독자들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었다. 페니는 달러구트 백화점 1차 서류 심사에 합격한 뒤 곧 있을 면접과 인터뷰 준비에 한창인 평범한 취업 준비생이었다. 그녀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꼭 일하기를 원했다. 이곳은 높은 수준의 연봉과 멋진 건물로 인해 요즘 젊은이들에게 아주 인기가 좋은 일자리였다. 그런 페니의 모습은 진취적인 꿈을 지니고 사회에 뛰어드는 사회초년생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페니가 달러구트 백화점에서 사람들에게 파는 꿈은 환상적이면서 깜짝 선물처럼 보인다. 사실 꿈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깨고 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미묘한 꿈의 느낌만이 남아 현실의 곳곳에서 반영될 뿐이다. 하지만 때때로 무의식이 실제 의식을 점령한다. 달러구트 백화점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멋진 소개팅을 준비하고 선물도 준비한다. 꿈속에서 매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을 사는 여자는 실제로 그 남자를 만나 현실에서 사랑을 이룬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는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지막 인사를 꿈으로 포장하고 예약한다. 끊임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꿈을 통해 용기를 내어 자신의 두려움을 극복한다. 단조롭고 반복된 일상에 싫증을 느끼는 사람은 타인의 삶을 꿈에서 경험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보게 된다. 생활에서는 서서히 소멸하는 수많은 꿈은 이 책에서는 빛나는 물건들이다.     


 판매되는 백화점의 꿈들은 모두 특출한 재능을 가진 꿈 제작자들이 만드는 상품이다. 꿈 제작자들은 태몽을 만드는 아가냅 코코, 크리스마스의 판타지를 빚는 니콜라스,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는 와와 슬립랜드, 동물들의 꿈을 만드는 애니모라 반쵸, 오감을 자극하는 킥 슬리버 등 다양한 인물들이다.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꿈은 실제 삶의 찌꺼기가 아니라 명품이다. 좋고 선명한 꿈일수록 그 꿈의 가격은 비싸고, 흐릿하고 별 볼 일 없는 꿈은 백화점 5층에서 ‘떨이 상품’으로 판매된다. 꿈의 가격은 실제 돈이 아니라 꿈에 대한 느낌과 감정으로 후불로 지불하면 된다.     


 얼마 전에 몇 년째 전전하던 동화 합평 단톡방에서 뛰쳐나왔다. 매번 매섭게 내리꽂히는 문우들의 합평도, 기약이 없어 보이는 창작의 미래도, 계속 글쓰기에 몰입할 수 없는 현실도 다 지겨웠다. 달러구트씨가 이런 나를 본다면 어떤 조언을 해 줄까? 늘 쥐고 다니는 수면 캔디를 쥐어주며 푹 자라고 할까? 아니면 꼭꼭 숨겨두었던 꿈 한 병을 내밀고서 일단 마셔보라고 할까? 지금의 치열한 고민이 미래의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을 알지만, 기약 없고 막막한 기다림을 참기가 어렵다.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참 많은 듯하다.     


 이제는 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이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먼저 읽어 본 독자로서 적극 추천한다. 이 책은 우선 재미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할 정도다. 읽고 난 뒤 어릴 적 꿈들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각박한 삶 속에 꿈을 되돌아보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작품이다. 이 책의 충만한 마력으로 점점 흐릿해지려 하는 꿈들에 다시 활력이 돌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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