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by 하늘진주

작년 말부터 카카오와 다음에서 운영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그 이전까지 글을 쓰고 작가가 되는 과정은 신춘문예나 공모전에서 상을 받아 등단하는 것밖에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네이버 블로그에서 글을 매일 써서 작가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도 ‘에이, 설마?’라며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어느 독자가 내 평범한 일상을 관심 있어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들과 떠오르는 푸념들을 일기장에 기록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문득 ‘나도 뭔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느낀 후부터였다. 일을 하며 사람들과 치이며 사는 것도 힘들었고, 매일매일 머릿속에 가득 차는 복잡한 생각들을 좀 풀어내며 살고 싶었다.


막상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아는 글을 쓰는 공간이 별로 없었다. 그때 무작정 H 문화센터로 달려가 아동문학교실을 등록했다. 어릴 때부터 동화를 좋아했고 쓰고 싶었으니까 말이다. 설레는 내 마음과 다르게 수업에 들어오시는 작가들은 항상 무섭게 경고하고 충고를 했다. 어떤 작가님은 ‘어서 빨리 작가가 되기를 원해서 이곳에 왔다면 지금이라도 때려치우고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라’고 말했고, 또 어떤 작가님은 ‘등단을 해도 수천 계단 중 한 계단에 올라온 것’이라며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그 수업을 들을 때는 작가님들의 충고는 귓등으로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창작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글을 쓰는 것이 좋았을 뿐이다. 함께 글을 쓰는 문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을 마치고 나서였다. 작가님들의 충고대로 그 과정을 마쳐도 바로 등단하거나 책을 낼 수 있는 마법 같은 일이 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우들끼리 하는 합평은 매번 마음이 쓰렸고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왜 자꾸 마음에 안 든다고 하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합평은 자꾸만 의심과 무기력을 불렀다. 그래서 작품 제출을 자꾸만 미루고 다른 일에 바빠지면서 합평 방에서 유령회원으로만 존재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동기 합평 방에도 등단하는 문우가 생겼다. 열심히 쓰고 끈질기게 활동했던 문우만이 끝내 등단의 영광을 차지했다. 그녀는 이런저런 글들을 올리며 열심히 자신의 등단 소식을 알렸다. 겉으로 기쁘게 축하를 했지만 속마음은 많이 아팠다. 등단한 문우를 볼 때마다 내 재능의 부족함, 그동안의 게으름을 느꼈다. ‘그만해야 할 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이제 좀 편하게 살자는 마음으로 도전했던 일이 ‘브런치’였다. 다행히 브런치에서 내게 글을 쓰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고, 요즘도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올리고 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블로그나 일기장에서 글을 쓰는 것과 다른 기분이다. 내 개인 공간에서 글을 쓸 때는 다른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원래 솔직하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래야 한다고 믿었기에 거의 자기 검열을 하지 않았다. 생각나면 일단 썼고 퇴고를 하거나 맞춤법은 거의 보지 않았다. ‘난 일단 썼으니 됐다’라는 기분으로 마음속에 쌓였던 울화를 풀어냈다. 하지만 브런치에서의 글은 좀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뭐니 뭐니 해도 독자일 것이다.

처음 브런치에서 글을 쓸 때 구독자들을 어떻게 모아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아는 친구들, 가족들에게 내 브런치 계정을 알렸고 시간이 되면 한번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들어오지 않는 아~주 바쁜 친구들이 여전히 많다.) 어떨 때는 글의 조회 수가 엄청 늘었다가 어떨 때는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알림 소리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하곤 했다.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도대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브런치에 있는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하는지 너무 신기했다. 혹 브런치 다른 메뉴에 글이 실리나 싶어 들락날락하기도 했다. 결국에는 그 비밀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다시 동화 창작의 길로 돌아가긴 하겠지만,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것도 참 재미있다. 이런저런 주제로 내 생각을 써 보는 것도 좋고 글을 읽고 서평을 남기는 것도 아주 흥미롭다. 어릴 때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남기는 것이 지겹기만 했는데 어른이 돼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은 꽤 재미있다. 원래 청개구리 성향이라 ‘줄거리 다음에 느낀 점’을 형식적인 글쓰기는 지겨웠지만, ‘백지상태에서 네 마음대로 완성해 봐’라고 권유하는 자유 글쓰기는 신난다. 내가 못 쓰든, 잘 쓰든 점수 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쓰든 무슨 상관이람. 한마디로 브런치는 자유의 글쓰기 느낌이 강하다. 타인의 잣대로 자르고 추가하고 평가하는 매서운 글쓰기 공간이 아니라 ‘일단 써 봐. 괜찮으면 봐줄게’라는 쿨한 사람들이 많은 곳. 그래서 부담이 없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평가와 기준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뭔가를 하려는 사람에게 호된 가르침과 평가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가르침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납득을 해야지만 인정할 수가 있다. 그리고 상처가 아물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지금은 브런치에서 이런저런 글을 끄적거리며 정말 내가 원하고 쓰고 싶은 글을 찾아보는 시간이다. 그동안은 너무 ‘1+1=2’라는 생각으로 동화 외의 다른 글들을 거의 써 보지 못했다. 세상에는 이야기할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난 다른 쪽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물론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쓸 용기도 없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아직은 길고 오래 살고 싶은 소시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소심하게 구시렁거리는 글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라님이 없는 데서는 나리님도 욕한다’는 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지금 몸담고 있는 일도 살짝 뒷담 화하고 사회의 부조리도 이야기하다 보면 내 브런치가 더욱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 길었지만, 결론적으로 브런치 글쓰기는 재미있다.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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