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숨 쉰다는 것

by 하늘진주

거의 3개월째 필라테스 수업 중이다. 처음에는 이 운동을 다이어트 목적으로 시작했다가(지금도 여전히 이 목적이 우선이긴 하지만) 지금은 좋아서, 즐기면서 하고 있다. 내가 몰랐던 필라테스 기구들을 하나하나 체험하면서, 평소에는 관심도 없었던 근육들의 움직임을 느끼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둔한 탓인지 3개월이 넘도록 필라테스 수업을 받아도 여전히 몸으로 잘 체득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호흡이다.


호흡은 필라테스 수업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항상 강조된다. 매 시간마다 필라테스 선생님은 운동 기구를 하나하나 다루며 근육을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고 말했다. 운동을 시작하며 ‘임프린트(imprint 복근과 척추를 평평하게 눌러주는 동작)’을 만들고 ‘뉴트럴(골반 중립)’을 만들라고 했을 때 처음엔 도통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확실히는 아니지만 대충 느낌으로 이해한 뒤에도 몸은 내 지시를 따라 주지 않았다. 분명 몇십 년 동안 함께 이 몸의 주인이었는데도 반항적인 그 녀석은 자꾸만 삐걱거리며 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 불량한 몸과 근육 사이로 선생님의 지시대로 들숨과 날숨으로 호흡 조절을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따금 선생님 몰래 내 마음대로 몰아쉬고 내뱉기를 반복했다.

'내가 내 숨을 쉬는 데, 설마 선생님이 아시겠어? 그냥 적당히 선생님 지시 타이밍만 맞추면 되겠지.’

하지만 3개월쯤 필라테스를 수업을 받고 난 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선생님은 적당히 내 꼼수를 넘어가 주었던 것이고, 나는 ‘초보자의 뻔뻔함’으로 밀고 나갔다는 것임을 말이다.


호흡은 사람이 지구 상에서 살아있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은 이 숨쉬기에 관심이 없다. 갑작스러운 사건을 접해 심장이 두근거리며 숨이 고르지 않을 때, 매연과 미세먼지로 잦은 기침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올 때나 자신의 호흡을 느낄 뿐이다. 이때의 호흡은 살기 위해 내뱉는 숨쉬기이다. 가지런하지 못한 호흡, 오로지 나쁜 공기, 기운들을 몰아내기 위해 내쉬고 지금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들이쉬고 숨들이다.


명상을 할 때의 숨쉬기는 좀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명상은 내 일상의 일부분이 아니었기에 단정 지을 수 없다. 그저 필라테스에서 접하는 호흡법과 재작년에 들었던 ‘마음 수업’의 숨쉬기를 생각하며 이 명상 호흡법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름 추측할 뿐이다.


필라테스에서의 호흡법은 내 몸속에 감도는 기운을 느끼기 위한 숨쉬기이다. 눈을 감은 채 먼저 자세를 잡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복부에 숨이 팽팽하게 가득 찬 것을 느끼며 서서히 코와 입으로 숨들을 조금씩 쪼개서 내뱉는다. 이때 취했던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숨을 내뱉으면서 배가 조금씩 떨리고 호흡이 딸리면서 점점 자세가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필라테스 선생님은 “5초만 더 자세를 유지하세요”라며 허물어지는 내 몸과 정신을 향해 강하게 채찍질한다. 그러면 꼼수를 부리며 흐트러진 몸과 정신들이 다시 서서히 들이쉬는 찬 공기와 함께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이 필라테스에서의 호흡법은 들숨과 날숨과 더불어 흐트러진 않는 자세와 정신을 온전히 유지해야 하는 힘든 숨쉬기이다.


마음 챙김에서의 호흡법은 필라테스 호흡법과 달리 편안한 마음으로 내 몸속의 기운과 동시에 주변의 기운도 함께 느끼는 숨쉬기이다. 제일 처음, 편한 자세로 반듯하게 앉아 눈을 감고 오로지 내 안의 숨쉬기에 집중을 한다. 이번에는 복부와 폐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들숨과 날숨을 길게 반복한다. 처음에는 내 안의 불안한 잡념들과 주변에서 들리는 외부의 소음들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지만 곧 내 숨소리에 집중을 한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고 곧 시곗바늘의 초 바늘 소리 하나하나까지 선명하게 들린다. 째깍째깍, 그러다 보면 이내 내가 가졌던 불안들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눈을 뜨고 나면 이전과는 다른 선명한 세상이 펼쳐진다.


가끔 내 의도나 계획과 상관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스케줄들 때문에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주로 이미 정해진 일정에 또 다른 일정들이 연이어 덧붙여지는 경우이다. 분명 처음 계획을 세울 때는 그런대로 여유 있게 처리할만한 스케줄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다른 스케줄들이 덧붙여지면 정신없이 바빠지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다. 가끔 이런 나를 보면 ‘순발력이 없다’, 혹은 ‘융통성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히 변명하자면, 난 단지 강제적으로 남에게 주도되는 일정들이 싫을 뿐이다.


그럴 때 혼자만의 숨쉬기와 명상 혹은 운동이 무척 필요하다.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 스스로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시간들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사회 속에서, 가족 속에서 살다 보면 온전히 나 자신을 유지하며 살기가 어렵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 일정, 유행, 조급함에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이 숨 쉬고 명상하는 방법을 종종 잊어버린다. 나를 잃어버린 시간은 서서히 마음속에서 병을 부르고 곧 몸으로 옮아간다. 그래서 난 계속 내 시간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운동을 계속한다. 더 이상 아프지 않기 위해 말이다. 내 숨을 쉰다는 것은 살기 위해 호흡하는 것뿐만 아니라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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