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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May 12. 2022

민감한 말하기의 중요성

  어제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가 있었다. 이분들은 이미 교장 선생님 자격을 따셨고  이번 달부터 10월까지 긴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그에 따라 각각 여러 단체와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우리 단체는 이 연수의 거의 첫 부분을 맡았다.


 이 연수를 준비하는 우리 선생님들끼리 잦은 회의를 하며 여러 가지 아젠다를 기획했다. 다른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라 처음 마음을 여는 대화 주제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었거나 했던 칭찬 한마디'를 잡았다. 우리는 모든 선생님이 즐겁게 이 주제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몇몇 분들은 이 주제의 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난처해했고 한참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진행했던 반 말고도 다른 반에서 진행하신 선생님들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봤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원래 ‘칭찬’이라는 말은 ‘일컬을 칭(稱), 기릴 찬(讚)’을 한자로 쓴다. 한 마디로 기릴 만한 것을 기리고 칭하는 말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이 ‘칭찬’은 ‘좋은 점이나 착하고 훌륭한 일을 높이 평가함. 또는 그런 말’로 명시되었다. 한 마디로 이 말은 내가 누군가의 장점과 좋은 점을 평가할 수 입장일 때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등한 입장에서 이런 말을 사용하면 참 어색하고 난처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칭찬은 이런 것들이다.


 “잘했어.”

 “훌륭하다.”

 “대견하다.”


 이 말에서 껄끄러운 점을 발견했는가? 사람들은 보통 이런 칭찬들을 손윗사람에게 많이 듣거나 손아랫사람에게 한다. 이미 ‘칭찬’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내가 너보다 더 우위에 있으니 너의 잘한 점, 잘난 점을 살펴 평가하겠다’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그래서 ‘칭찬’ 표현은 동등한 입장보다는 어느 정도 수직적인 권력관계가 있는 입장에서 쓸 수 있다. (물론 그 사람의 업적이 아니라 외모를 묘사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반성’이라는 말도 그렇다. ‘반성’은 네이버 국어사전에는 ‘자신의 언행에 대하여 잘못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돌이켜 봄’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말에도 역시 권력의 우위 관계가 숨어 있다. 우리가 보통 ‘반성한다’, ‘반성문’을 어떤 경우에 쓰는지 돌이켜 보면 이 ‘권력관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성’이라는 말은 ’ 보통 무엇인가를 잘못을 한 사람에게 윽박지르듯이 결론을 내기 위해 잘 사용된다. 즉, 사람들은 이 표현을 잘잘못을 따지는 ‘손윗사람’의 입장에서 ‘잘못을 한 아랫사람’에게 ‘잘못했다는 말과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쓴다. 그래서 동등한 관계라고 믿는 사람이 이런 말을 사용하면 그 상황의 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불쾌감이 몰려온다.


 물론 이런 ‘칭찬’이나 ‘반성’이라는 말들을 자기 자신에게 사용할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수직적인 구조에서도 사용해도 썩 어색하지 않은 말들이다. 하지만 점점 수평적인 구조를 추구하는 젊은 밀레니엄 세대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어제 연수에 참여하신 선생님들이 ‘칭찬’이라는 말을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물론 그분들의 고민 지점은 이런 말의 민감성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그분들은 주로 학교에서 민원을 많이 듣고 여러 선생님의 고충을 해결하는 ‘슈퍼 해결사’ 역할을 많이 했다. 그들은 마냥 편하게 사람들과 칭찬을 주고받는 부드러운 상황보다는 ‘불만, 하소연’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경우를 더 많이 접했다. ‘칭찬’이라는 달콤한 이미지에 혹해서 그분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었다.


 이처럼 때때로 어떤 말들은 특정한 이미지에 숨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깜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말을 들을 때 사람들은 어떤 기분인지, 어떤 감정이 드는지 좀 더 민감하게, 예민하게 살펴봐야 한다. 말은 참 신기하다. 말은 잔잔한 물결로 부드러움을 전해 주다가도 때때로 커다란 너울이 되어서 부정적인 감정의 바닷속에 폭 빠뜨릴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과 갈등과 다툼이 생기는 경우는 항상 ‘말 한마디’가 문제였다. 당신은 평소 어떻게 말을 쓰는가? 사람들과의 말은 민감하게 그사이는 부드럽게, 그런 말의 움직임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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