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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Jun 02. 2022

요순시대의 정치를 꿈꾸며

2022.6.1 지방선거 후기

중국의 격양가는 ‘땅을 치며 노래한다’라는 뜻으로, 요(堯) 나라 때의 태평세월을 노래한 민요이다.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이 되었을 때, 나라가 잘 다스려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백성들의 삶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에 한 노인을 만났다. 그는 이 길가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들기고 또 한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해가 뜨면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쉬고(日入而息), 우물 파서 마시고(鑿井而飮), 밭을 갈아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이 노래를 들은 요임금은 크게 만족하여 “과시 태평세월이로고” 했다고 한다. 왕의 치세를 느끼게 하는 정치보다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평화로운 하루를 누리는 정치, 그것이 말로 요임금이 추구하는 정치였다.


 정치의 개념은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이라고 국어사전에 명시되어 있다. 분명 정치의 의미는 이렇게 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이미지는 ‘국민 사이에 분열을 조성하고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부정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매년, 국민은 정치인들의 이권 다툼을 여론에서 보고 만난다. 선거일마다 나라를 새롭게 바꾸거나 혹은 계속 권력을 유지하려는 후보자들은 만나는 국민에게 고개를 조아리고 믿어달라고 외치지만, 우리는 안다. 조만간 사라져 버릴, 바람난 연인의 손가락 약속보다 더 약하디 약한 믿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새롭고 신선해 보이는 후보자들도 정치판에만 들어서면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치인들로 변해 버린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었다. 올해 3월에 있은 제20대 대선 이후 거의 3개월 만이다. 이번 선거의 전국 투표율은 50.9%로 기록되었다. 저번 대선의 77% 투표율과 비교하면 너무도 형편없는 수치이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갖은 방법으로 유권자들의 투표를 독려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투표해 봤자 세상은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실망 때문에 투표율이 저조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솔직히 나 역시도 이번 선거는 투표하기가 쉽지 않았다. 후보자들의 공약집을 들춰보기도 싫었고 정당들이 이번 선거를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 다툼에만 곤두서 있는 모습도 불편했다.


 보통 정치인들은 지역, 연령, 성별 등에 따라 자신의 정치세력을 갈리치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선거일만 되면 후보자들은 자신들의 ‘텃밭’ 혹은 ‘적진’이라 칭하며 각 지방 곳곳을 돌아다닌다. 날씨가 좋아 투표율이 저조하면 한 정당이 슬퍼하고, 다른 정당은 자신들의 유권자들은 꾸준한 투표자라며 득의양양다. 굳건한 팬클럽을 이끄는 아이돌처럼 그들은 선거일에만 반짝 ‘팬서비스’를 하고는 선거일이 끝나면 또다시 그들만의 싸움을 시작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정치 색깔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지금까지의 선거는 몇몇 선거를 제외하고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들이 매일같이 피 터지게 싸우는 정치 주제들은 재미가 없었다. 혹 그 논쟁과 다툼이 정치색이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면 손뼉을 치며 응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걸고 굳은 신념과 이념으로 강하게 주장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신념 있는 정치인들도 매번 정치 이권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너무도 쉽게 바꿨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런 혼란스러운 정치판을 보면 점점 정치를 멀리하게 되었다.


 이번 선거를 마치며 당선자들과 정당들에게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지금까지의 정치싸움을 멈추고 제발 국민의 삶을 잘 돌봐주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그들이 가진 정치색은 뒤로 하고 서로 화합된 마음으로 코로나 이후 피폐한 국민의 삶을 잘 돌봐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늘 강조하고 주장하는 정치색? 몇몇 열성 당원들을 뺀 대부분 국민은 정당의 색깔에 큰 관심이 없다. 혹 사람들이 특정 정당에 강렬한 미움을 느끼거나 열정을 표한다면 그래도 그 정당이 우리 마음을 잘 표현해 주지 않을까 싶은 믿음 때문이다. 어느 누가 국민을 ‘우매한 백성’으로 취급하고 사탕발림만 잘하면 따라 줄 것이라 여기는 ‘잘난 체 정당’에 표를 던질 것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그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고 귀하게 여겨지길 원한다.


 우리도 중국의 이름 모를 영감처럼 소리 높여 격양가를 부를 날이 올까?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모든 국민 편안히 여가를 즐기고, 늙어서는 노후 걱정이 없으니 정당의 색이 내게 무슨 소용이 없을랴.


 나라가 국민을 굳건히 지켜준다는 믿음, 우리나라야 말고 취업 걱정, 실업 걱정, 노후 걱정이 없는 최고의 나라라고 크게 노래할 수 있는 그런 곳, 서로 정당의 이권 다툼 없이 이런 나라를 꼭 만들어 달라고 이번 선거 당선자들에게 부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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