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라고 느끼는 순간

by 하늘진주

요즘은 신문을 펼치기가 참 두렵다. 코로나 확진부터 정치판 권력다툼, 물가상승, 기후 위기 등등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이 한 페이지씩 차지한 채 저마다 아우성을 치고 있다. 그냥 무시하고 알면 아는 데로, 모르면 모르는 데로 살면 될 텐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어둡게 펼쳐지는 현실 속에서 티끌만 한 희망이라도 찾아내야 하기에 보기 싫어도 억지로 뉴스를 살펴본다. 여러 전문가, 어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참 깜깜하다. 일부러 이런 일들만 골라내는 것도 아닐 텐데, 왜 이렇게 부정적인 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어제 초등 4학년 조카랑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는 책으로 논술 수업을 했다. 이 책은 미래 환경 그림책으로, 기후 위기에 관한 내용을 가라앉고 있는 섬, 투발루에 사는 로자와 고양이 투발루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기후변화로 남태평양의 섬 투발루처럼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비극적인 추측이 난무하는 요즘이다. 그 영향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수업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 위기가 왜 생기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하고 난 후, 조카에게 물었다. “그래서 북극곰도 살리고 로자와 투발루가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조금 식상한 대답을 예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분리수거’, ‘에너지 아껴 쓰기’, ‘대중교통 이용하기’와 같은 답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대답들 말이다. 그러나 조카는 대뜸 커다란 냉동고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모, 여기 커다란 냉장고를 만들어 바닷물을 얼리면 로자와 투발루는 함께 살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 녀석의 엉뚱한 대답을 듣는 순간 조카의 상상력을 깨고 현실을 일깨워 줘야 할지, 아니면 침묵하며 아름다운 동심을 계속 유지시켜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마음속으로 울리는 깨달음이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눈앞에 보이는 부정적인 사실만을 쳐다보며 긍정적인 면은 살펴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어른이 된 후 자꾸만 세상의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먼저 보인다. 미리 대비하며 준비한다며 안 좋은 상황을 추측하는 것이 버릇되어 버렸다. 낯선 사람, 낯선 모습들을 경계하며 실제로 안 좋은 상황이 펼쳐지면 ‘그럼, 그렇지’라는 말이 입에 붙어 버렸다. 그런 내 생각이, 내 마음이 바로 부정적인 세상을 만든 것은 아닐까? 보이는 만큼, 알고 있는 만큼, 생각하는 만큼 달리 보일 수 있는 세상일진대 말이다.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조카 눈에 비치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뭐든지 할 수 있는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즐거운 세상이다.


수업 끝에 조카에게 물었다. “네가 예상하는 미래는 무엇이니?” 그 녀석이 꿈꾸는 세상은 내가 어릴 적 꿈꾸었던 미래처럼 희망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인공 지능 로봇이 함께 친구 하며 풍족한 먹을거리에 순간이동 기구로 날아다니는 세상, 그런 유토피아적이 세상 말이다. 이미 2050년에 기후 위기로 온 세상이 물바다로 변할지 모른다는 경고에도 요 녀석의 눈망울은 희망으로 초롱초롱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라고 묻는 듯한 얼굴. 조카의 머릿속에는 사람들이 굶주리고 인공 지능 로봇이 인간 세계를 지배하는 그런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해낼 수 있는 희망이 넘치는 세상, 그런 미래가 그 녀석의 상상 속에서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걱정한다고, 부정적인 사실을 싹싹 긁어모아서 입 아프게 비판한들 달라지는 것들이 있을까? 미래는 그렇게 꿈꾸는 사람들의 세상이 아닐까? 현실의 긍정보다는 부정을 먼저 떠올리는 나를 생각하며 예전에는 꿈꾸지 않았던 어른의 모습인 것 같아 슬프다.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해낼 수 있고, 뭐든 이룰 수 있는 그런 희망찬 이야기가 가득한 신문. 그런 신문이 있다면 꼭 구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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