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는 일에 대한 고민들

by 하늘진주

오늘 오전에 독서리더과정의 첫 스터디와 첫 수업이 있었다.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나에게 있어서 첫날이지만, 독서리더과정에서는 두 번째 날이다. 지난주 휴가와 겹쳐 첫 수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뒤늦게 독서리더과정을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스타디를 수업 전에 50분 동안 진행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과 첫 스타디라니...... 많이 난감했지만 일단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게다가 어제는 일 때문에 전라도 광주까지 하루 일정으로 갔다 와서 숙제를 미리 못한 터라 아침부터 논제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온라인 스터디에 접속하니 역시 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모두들 친절하게 웃고 있지만 살짝 원초적인 고질병인 낯가림 증상이 밀려왔다. 잘 모르고 어색한 사람들을 보면 할 말을 찾지 못해 어쩔 줄을 몰라하며 말문부터 닫고 보는 안 좋은 증상이다. 일단 시간이 없는 탓인지 사람들과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바로 논제 검증부터 했다. 오로지 사람들보다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말과 글에 취해서 스타디 시간을 보냈고 바로 수업에 참여했다. 그래도 강사님이 아는 분이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요즘 일에 대한 고민이 많다. ‘퍼실리테이터’라는 직업 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을 들어 잘 중재하며 말을 해야 한다. 주로 미팅 퍼실리테이션보다는 러닝 퍼실리테이션 쪽의 강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일 자체는 재미있지만 가끔 하면 할수록 나에게 맞는 일이지 고민이 많다. 문제는 사람들 앞에서 낯을 잘 가리는 내 성격 탓이다. 어떻게 하다 내가 ‘퍼실리테이션’ 쪽의 일을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다 보니 이 일을 하고 있었고, 그동안 애써 내성적인 본캐의 모습을 숨기고 외향적인 부캐 이미지로 잘 지내왔지만, 확실히 사람들을 좋아하고 만나는 일을 즐기는 동료 선생님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을 하다 보면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글쓰기 시간도 현저히 없어 매일매일 자꾸만 스트레스가 쌓인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에너지를 얻는다면 신나 하지만, 난 이상하게도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에너지를 뺏기는 것만 같다.


독서리더과정을 신청한 것도 역시 앞으로 늙어서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즐겁지만, 항상 사람들을 일로 만나면 만날수록 글로, 책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어제처럼 지방을 오가는 일이 많을 때도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항상 꿈꾸는 내 모습은 탄탄한 나만의 커리어를 쌓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노후이지만, 현실 속의 나는 이곳저곳을 오가며 바둥대는 모습이라 좀 한심할 때가 많다.


어제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밤거리를 우산 하나에 의지하며 추적추적 걸어 집으로 돌아오니 갑자기 피곤함과 서글픔이 밀려왔다. 남편은 너무 힘들면 그냥 편하게 쉬어도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돈이 주는 유혹을 거부할 수가 없다. 가만히 생각하면 버는 만큼 배우는 비용이 나가지만, 지금 벌고 있기에 떳떳하게 배우는 욕구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난 내 우물 속에서 여러 가지 기회를 엿보며 달려 나가 싶은 초록색 개구리다. 독서리더과정이, 독서 심화과정이, 글쓰기가, 책 읽기가 나에게 어떤 기회의 동아줄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일주일에 한 번을 온전히 배움의 시간으로 뺀다는 것을 바보 같은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기가 시작되면 다른 일들이 몰려올 텐데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살짝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미 수업일과 의뢰일이 겹쳐 한 번의 기회를 포기했다. 눈앞에서 놓쳐버린 황금빛 강사료가 아른아른거린다. 그래도 시작했으니 일단은 가 봐야지.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말이다. 일단은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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