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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Aug 19. 2022

비경쟁 독서토론의 즐거움

 책을 읽고 난 후, 독자들의 생각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바로 비경쟁 독서토론이다. 모두를 인정하는 받아들이는 대화의 안전지대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의 폭이 성큼 커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특히 혼자 이해하기 어려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비경쟁 독서 토론의 진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드디어 오늘 아침,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평을 끝냈다. 이미 2달 전에 책을 완독 했지만 도무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느낌 한 줄 쓰지 못했던 작품이었다. 물론 읽은 모든 책에 대해 서평을 남기지 않는다. 보통의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들처럼 나 역시도 드라마를 좋아하고 멍 때리며 노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기지만  서평을 무조건 쓰는 경우는 읽은 책에서 '꼭 소감을 남기라'는 아우라를 느낄 때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뒤 그런 기운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 책은 너무도 도도해서 생각거리를 잘 전해 주지 않았다. 2달 동안 책꽂이에 꽂힌 시퍼런 책등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불상을 만드는 조각가가 돌덩이를 매만지며 영감을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서평을 쓸 수 있겠다는 느낌이 팍 닿았던 순간은 어제 이 책에 대한 독서토론을 하고 난 직후였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책에 대한 평점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다. 어떤 이는 이 책에 대해 최고의 호평을 늘어놓았고, 또 어떤 이는 최악의 혹평을 퍼부었다. 얼기설기 얽힌 책의 내용들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속내를 솔직하게 표현했다. 두 달 전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잡히지 않았던 생각의 씨앗들이 여러 명의 대화 속에서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같은 책을 읽고서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보석 같은 경험이다. 자칫 혼자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 수 있는 위험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며 서서히 사라진다. 연륜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고 신선한 감각이 넘치는 사람은 젊은 혈기를 공유하며 독서토론 속에 같이 배우고 성장한다.

 

 어른이 된 후, '남의 생각을 경청하기'보다는 경험으로 빚어진 '내 생각의 벽'에 빠질 때가 얼마나 많은가? 책을 읽고 남의 생각을 유의 깊게 들을 수 있는 시간, 독서토론, 참 멋진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같이 하는 연대의 기쁨 또한 느낄 수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의 독서토론을 마친 후, 사람들은 나름대로 책의 부제를 구상했다. 그들은 '사소한 존재들의 연대', '질서와 혼돈의 힘겨루기', 혹은 '기성 지식을 의심하기' 등등 다양한 의견들을 늘어놓았다. 책의 소감으로 어떤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소외된 계층들에게 더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고, 또 어떤 사람은 기존 지식들에 비판하며 되새기고 싶다고 말했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은 정답이 없다. 같이 읽고 성장하면 그만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독서토론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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