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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Sep 06. 2022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하는 미래는?

요즘 경기도에 있는 화성의 모 고등학교에서 20명이 조금 넘는 고1-2 학생들과 김영하의 <작별인사>을 읽고 4차시 비경쟁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이 책으로 수업을 계획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물론 소설은 무척 재미있었고 책 속에서 던지는 주제들도 토론할 거리가 충분했다. 하지만 학생들 역시도 이 책을 재미있어할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책 읽고 난 독자들의 평점이 극과 극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최고점을 매기며 소설을 극찬하고, 또 어떤 독자들은 최저점을 주며 ‘SF 장르와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내 우려와 다르게 대다수의 고등학생 친구들은 이 책을 무척 흥미로워했고, 덕분에 아주 풍성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소설가 김영하가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많지만, 추려보면 5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둘째,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로 나눈 경계는 어디인가?, 셋째,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넷째,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 다섯째,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의 5가지 질문이다.


  이번 수업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가는 주인공 철이가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잡혀간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에서 이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사실, 철이가 수용소에 가자마자 보고 겪은 일은 무척 끔찍하다. 아이들 역시 인상적인 부분으로 인간을 혐오하는 휴머노이드들이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구별하는 일’을 꼽은 만큼, ‘만일 인간이었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에 몸서리 쳐진다. 이들은 이곳에서 모두 또 하나의 ’오징어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로지 좁은 수용소에서 살기 위해서,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서 말이다.


 수용소에 갇힌 기존 휴머노이드들의 최대 관심사는 새로 들어온 휴머노이드가 ’인간인지‘에 대한 사실여부이다. 이 휴머노이드들은 자기들을 이용하고 버린 인간들에 대해 강한 혐오를 품고 있다. 그 감정들은 새로 들어온 로봇들을 향하며 '인간'인 척하는 휴머노이드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다. 소설 속의 세계는 과학 기술이 많이 발전해서 대부분의 휴머노이드들이 ’자신을 완벽한 인간‘으로 믿고 있다. 수용소에서 끔찍한 일을 겪기 전까지 대부분의 그들은 “확실한 인간”이라고 외쳤고, 숨겨진 진실을 밝혀지고 난 뒤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지, ’인간과 인간이 아니 존재들로 나눈 경계‘는 무엇인지 작가는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다루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맞이할 미래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책 속의 철이 아빠인 최 박사와 김 박사의 논쟁처럼, 인공지능 로봇의 기술 개발의 찬반에 다양한 의견을 내비쳤다. 최 박사처럼, 강 인공지능로봇이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를 경계하며 AI 기술개발을 우려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또 김 박사처럼, 인공지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익숙해져야 한다는 아이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게 부딪쳤다. 많은 의견들이 첨예하게 오간 뒤 한 친구가 손을 들었다. 원래는 기술발전을 옹호하는 편이었는데,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살짝 마음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결국 인공지능 로봇을 잘 통제하기 위해서는 기술발전도 필요하고 그것을 우려하는 마음도 다 필요한 것 같다."는 말로 자신의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번 수업에서 아이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인공지능 로봇의 기술을 통제, 수용, 방목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와 '인공지능 로봇 생산의 윤리적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부분이었다. 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의 호기심을 어떻게 조절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들의 수많은 호기심과 기술발전으로  생활은 더없이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또한 그로 인한 문제점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잉여 노동력 생산, 보다 많은 편리를 위해 또 다른 미지의 공간으로 수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하고 있다. 인류의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잘 적응할 것이다. 단지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선을 넘은 호기심과 욕망으로 부디 <작별인사>와 같은 결말만은 맞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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