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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Sep 27. 2022

돈의 신이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어제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보유하고 있는 주식 하락세는 계속되었으니 어제라곤 특별할 것은 없다. 원래 파랬던 주가 하락률이 좀 더 짙게 퍼런 곡선을 그린 정도라고나 할까? 그마저도 이렇게 마이너스 수익률이 몇 달 동안 지속되면 별 감흥이 없다. 하지만 어제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우리나라 증시에도 큰 충격인 모양이다. 주변에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의 곡소리가 요란하다. 특히 어제의 주가 하락으로 대출을 얻어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고통스럽게 멍들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돈을 벌고 크게 부풀리는 것에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인지 인색한 돈의 신은 매번 내게만은 기회를 잘 주지 않았다. 몇 년 전 채권이 크게 유행했을 때도 덩달아 몇 개 샀다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서 팔았고, 이번 주식도 이상하게도 사기만 하면 자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안정적인 예금과 적금’만을 추구하며 주식 세계에서 서둘러 벗어나려고 해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계속 머뭇거리게 된다. 역시 ‘혹시나’라는 마음이 항상 말썽이었다.


 처음, 은행 적금이나 예금이 아닌 다른 요행을 바라게 된 계기도 ‘혹시나’였다. 이상하게도 뭔가 새로운 일을 시도할 때는 항상 큰 꿈을 꾸며 시작하고 했다. 처음 로또를 한 장 사고 결과를 기다릴 때도 ‘혹시 로또 1등이 되어 해외로 도망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두근대며 결과를 기다렸다. 아직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내 마음은 항상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에 올라가 있었다. 하지만 로또의 첫 숫자가 불리는 것과 동시에 상상 속의 하와이행 비행기는 끝도 추락했고 모든 숫자가 다 나온 후에는 ‘에이, 다시는 로또를 사나 봐라.’라며 종이 용지를 꾸깃꾸깃 구겨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주식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또와 채권의 실패 이후 오매불망 예금과 적금을 바라보고 달렸던 몇 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주식을 시작했다. 예전에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멋지게 다려 입은 양복’에 ‘금테 안경에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매일 주식 정보만 공부하는’ 인물만을 떠올렸던 나였다. 하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옆에서 하하 호호 웃으며 커피를 마시는 친구들이었고 지인들이었다.

‘세상에, 주식,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할 수 있는 거였어?’

 

 ‘주식으로 얼마나 벌었냐’라는 질문에 친구들은 말했다.

“그냥, 뭐. 그래도 은행 금리보다는 좀 많이 벌었어. 너도 주식에 투자했으면 좀 많이 벌었을 텐데….”

 주식의 문외한인 나에게 그들은 너무나 멋져 보였고, 또다시 ‘혹시나’라는 망상이 마음속에서 스멀스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끼며 비상금으로 꿍쳐두었던 돈을 털어 바로 주식에 입문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혹시나’에서 ‘세상에’라는 감탄사로 바뀔 일은 없었다. 붉게 빛나는 상승세의 주식들은 내가 사고 난 이후에는 바로 퍼렇게 내림세로 바뀌었고 끝도 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동안 샀던 모든 주식이 내림세였던 것은 아니다. 간혹 기특하게 홀로 붉게 빛나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주식을 팔 정확한 타이밍을 못 찾아 허둥거리다 시기를 놓쳐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

 

 주식을 시작한 지 겨우 1년 남짓, 이 기간에 참 많은 감정을 맛보았다. 내가 산 주식들의 가격이 올라갈 때며 ‘금방이라도 벼락부자’가 될 것처럼 온종일 콧노래를 부르며 다녔다. 그리고 주식 가격이 내림세를 다시 돌아설 때면 원금을 생각하며 쓰린 마음으로 주식 앱을 바라보았다. 증시가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내 마음도 한없이 출렁거렸다.


 이렇게 주식을 하며 그동안 현실세계에서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수많은 교훈을 얻었다.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첫째, 단호하게 매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단력과 진득한 인내력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많은 씨앗 돈이 있어야 큰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것, 셋째, ‘일확천금’의 행운은 극소수에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내 손바닥 안의 주식 세계도 역시 살벌한 정글이었고 나처럼 작은 정보에 휘둘리는 소액 개미는 이 세계에서도 역시 ‘철저한 약자’ 일 수밖에 없었다. 짧디 짧은 주식 경험으로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혹시나’의 유혹에 많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들어오는 월급이 ‘빵빵’하고, 돈의 금액에 구애받지 않으며 일을 ‘즐기듯이’ 할 수 있다면 어느 누가 이런 요행과 도전에 뛰어들까? 점점 물가는 오르고 세상살이가 팍팍해질수록 사람들은 누구나 ‘혹시나’의 요행에 빠지고 ‘돈의 신’의 강림을 애타게 기다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즘은 주식 앱을 거의 쳐다보지 않는다. 까마득한 소액 개미인 내가 눈을 벌겋게 부릅뜨며 주식 창을 들여다보아도 증시 추세에는 변화가 없음을 일찌감치 깨달은 탓이다. 현실 속 경제는 3년 넘게 지속되었던 코로나의 영향과 러시아의 전쟁 영향으로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번갈아 지구촌을 강타하는 천연재해는 사람들의 삶을 고달프게 만든 지 오래다. 돈이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메마른 경제 상황, 그동안 사람들 욕망 속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던 돈의 신도 이번만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망각 속의 휴가를 떠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조건 속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증시를 보며 수많은 사람의 눈물이 보이는 듯하다. 다들 이번 위기를 잘 견뎌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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