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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04. 2022

글쓰기의 열정에 압도당하지 않기

 굳이 치열하게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요즘은 종종 이런 감정에 휩쓸린다. 어쩌면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글 쓰는 활동에 지쳐버린 탓도 있을 테고, 아니면 수많은 글 쓰는 사람들의 열정에 압도당한 탓도 있을 게다. 글 쓰는 일 하나로 밥 벌어 먹고살기에는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럴만한 천재적인 글쓰기 재능도, 주변을 예민하게 관찰하는 민감함도 없다. 그저 내 기분 하나, 감정 하나를 백지 위에 한 땀 한 땀 옮길 수 있는 글재주만 있을 뿐이다. 글쓰기 세상은 ‘바늘구멍’보다 좁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허다하다.


 글쓰기란 것이 참 요상한 것이 아주 천재적인 글쓰기 재능이 없는 한 수많은 글 속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독자들 역시 아주 독특한 소재, 혹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글, 필요 때문에 읽는 글 외에는 잘 읽지 않는다. 사실 하루에도 몇 편씩 쏟아져 나오는 글 속에서 본인의 글을 읽어달라고 애원하는 것은 욕심이다. 그런데도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쫓아가면서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글쓰기는 ‘좋은 글’과 아닌 글의 구분이 참 애매하다. 특히 ‘칼럼’, ‘서평’, ‘신문 사설’, ‘문학 작품’ 등 특정한 목적으로 쓰지 않는 글쓰기의 경우, 특히 에세이의 경우가 그렇다. 에세이는 본인의 경험, 일상이 그대로 묻어 있는 글이라 본인의 공감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어떤 글이든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특별한 글솜씨, 논리적인 구성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이지만, 굳이 그런 글재주가 없어도 글 속에 진실성, 특이한 경험들이 있다면 누구든 홀리듯 글을 읽을 것이다. 한 마디로, 에세이는 사람들의 경험을 읽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7주 동안 에세이 수업 시간에 문우들과 함께 쓰면서 느낀 점은 단 하나다. 대한민국 전국 각지의 많은 사람이 인생의 한 자락, 경험들을 모아서 쓰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점이다. 언제부터 우리는 삶을 이렇게 치열하게 기록하고 싶어 할까? 그동안 살아오며 켜켜이 쌓아온 억울함과 감정들을 글말로 표현하고 싶은 소망도 있을 것이고, 이 세상에 ‘나 여기 있다’라는 경험의 깃발을 박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것이다. 유명한 연예인들, 인플루언서들이 SNS 상을 도배하고 독점을 해도 결국 사람들은 본인의 삶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글을 쓰고 싶다.


 하지만 글쓰기를 향한 맹목적인 마음은 글을 그만 쓰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깊은 생각의 결실 하나, 툭탁거리는 컴퓨터의 타자로 완성되는 글쓰기는 다른 활동에 비해 준비과정이 필요 없다. 일단 누구나 손쉽게 도전할 수 있지만, 단번에 글쓰기를 멈출 수도 있다. 쉽게 도전할 수 있는 만큼 결과물을 얻기가 너무 어렵다. 우선 글쓰기 결과를 매김 할 수 있는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 순수 문학을 지향하는 연말의 공모전은 벽이 너무 좁고 높다. 글을 쓰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이 도달하기에는 너무 험난하고 가파르다. 그렇다고 공모전 없이, 아무런 결과 없이 글만 주야장천 써 내려가기에는 허무하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현재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맞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한동안 열정을 품고 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멈춰 선다. ‘내 글쓰기가 다른 사람들의 글쓰기보다 특별한 점이 뭘까?’


 ‘붓을 잡아 글을 쓰는 원필’과 ‘붓을 놓아 글을 그만두는 절필’은 얕은 마음 자락 하나 사이다. 삶에 부대껴 이제는 글쓰기에 집중하지 않은 경우, 혹은 더 이상 보이지 않은 글쓰기 미래에 지쳐 컴퓨터 타자기를 두들기지 않은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삶에서 느끼는 바쁨과 감정, 글쓰기의 불안과 걱정은 글쓰기의 맛있는 원료가 되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에너지에 압도당하는 경우, 글쓰기를 멈출 수도 있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대로 멈출 것인가? 오늘도 고민하며 한 자 한 자 글을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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