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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진주 Oct 31. 2022

Pray for ITAEWON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이 너무 무거운 월요일이다. 평소라면 아늑했던 주말이 끝나고 약간은 나른함, 조금은 피곤함을 느껴야 하지만, 가슴 밑바닥부터 먹먹함과 답답함이 둥글게 휘몰아치며 온몸을 감싸고 있다. 지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소식을 접한 이후 어쩌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느끼고 있을 감정, 지금 대한민국은 슬픔의 암흑 속이다.     


 처음 이태원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루아침에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춘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니, 뒤늦은 10월에 찾아온 ‘만우절의 거짓말’이기를, 아니, 그냥 욕하며 넘길 수 있는 ‘가짜 뉴스’이기를 차라리 바랬다. 거의 3년간 자유를 옥죄던 코로나에서 벗어나 혈기왕성한 청춘들이 가을을 만끽하겠다는 데 그 누가 불평할 수 있으랴. 한때 나도 역시 그 청춘의 열기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한민국을 애타게 불렀다.


 ‘그런 곳에 왜 갔냐?’,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곳에 왜 가서는......’라는 비난은 지금 이 순간에는 필요하지 않다. 사고가 터지면 매번 발표하는 예방대책도, ‘미리 했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모두 멈추고 이제는 그들을 위해 명복을 빌 시간이다.     


 현재 슬픔에 잠긴 우리가 알아두면 좋은 지침을 2022년 10월 31일에 기재된 중앙일보의 정신과 의사인 박종석 님의 칼럼으로 갈무리해 본다.    

  

<"이태원 참사, 지금 할 일은 딱 하나" 정신과 전문의의 호소>     
 하나,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지금은 그걸 궁금해하고 원인을 파헤치는 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트라우마 직후에는 그저 모두가 같이 아파하고 서로를 위로해야 합니다.     
 둘, 핼러윈 파티에 가서 사고를 당한 어린 친구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마십시오. 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또 어디에서나 벌어질 수 있는 그저 불행한 사고일 뿐입니다.      
 셋, 응당 마련했어야 할 대책이나 앞으로의 재발 방지에 대해 굳이 설교하려면 슬픔과 애도, 존중의 시기가 끝나고 하시지요.      
 넷, 이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제발 제발 멈춰주십시오.     
 다섯, 타인의 아픔과 불행에 대해 제삼자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피해자와 가족들의 삶을 존중하고 아픔을 보듬는 것입니다.      

 *칼럼 전문은 링크를 살펴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13460#home     


 

 생때같은 우리 자식들이, 그렇게 아름다운 꽃다운 청춘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저 버린 이후에 ‘왜’, ‘무엇 때문’에, ‘만약 미리 예방을’, ‘혹시 이 일을 이렇게’라는 의문으로 분석하지 말고, 지금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의 넋을 위로해야 때이다. 부디 천국에서 지상에서 못다 한 꿈들을 다 이루고 가볍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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